재테크에도 유행이 있다. 주가가 치솟을 때는 종목 선택이 재테크의 관건이 되고, 세율이 높아지면 절세가 재테크의 바로미터다.그렇다면 요즘 재테크의 화두는 뭘까. 전문가들은 단연코 ‘신용’을 꼽는다. 아무리 금융 거래가 활발하더라도 본인의 신용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굳이 신용불량자가 아니더라도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신용이 곧 돈인 세상, 이른바 ‘크레디테크’ 가 필수인 시대다.
경기 일산에 사는 김모(44)씨는 조흥은행이 900여만명의 거래 고객에 대해 일일이 부여한 신용등급 순위 중 정확히 1만번째 고객.은행에 짭잘한 수익을 안겨주는 ‘초우량 고객’이다.
김씨의 조흥은행 거래내역은 예금 9,800만원, 신용카드 월평균 사용액 1,200만원, 지로자동이체건수 2건, 전화료 납부 3건 등. 단 한번도 대출을 받거나 연체를 한 적은 없다. 김씨가 이 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신용대출은 최고 한도인 3,000만원. 금리도 다른 고객들보다 3~5%포인트 낮은 연 9.0%가 적용된다.
반면 이 은행에 3,700만원의 예금을 갖고 있는 서울 동대문구 김모(35)씨는 등급 순위가 무려 590만번째에 달한다. 신용카드 월평균 사용액도 150만원에 달하고 지로 자동이체 건수도 10건에 이르는데 등급이 이렇게 차이 나는 이유는 뭘까.
“최근 1년 사이 신용카드 연체 기록이 무려 5건이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조흥은행 소비자금융부 전덕렬 차장의 답변. 무심코 신용카드 결제일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가 등급 순위가 폭락, 신용대출을 단 한 푼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주거래은행을 정해 집중적으로 거래하고 철저한 신용관리를 통해 ‘VIP 고객’으로 등록된다면 몇단계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신용과 실적에 따른 고객 우대제도는 올 연말부터 선보일 국민은행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필두로 각 시중은행에서 잇달아 본격화할 예정이다.
최고 수준의 투자정보를 바탕으로 종합 자산관리서비스가 준비되고 있다.세무 및 법률 상담, 노후 설계 및 자녀 교육 등 종합적인 상담 서비스와 함께 항공권 및 자동차 할인 등 풍성한 혜택이 뒤따른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 앞으로 크레디테크의 중요성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은행들은 금융감독원 권고에 따라 현재 연18~19%로 고정돼있는 연체 금리를 신용도에 따라 차별화할 계획.
이미 국민은행이 일괄적으로 연 19%가 적용되던 연체금리를 신용도에 따라 14~21%를 적용키로 한 데 이어 다른 은행들도 제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신용과 무관했던 금융 거래들이 하나 둘 씩 ‘신용 거래’의 범주 안으로 편입되고 있는 것이다.
은행연합회, 국민은행, 한국신용정보, 한국신용평가정보 등이 추진중인 ‘크레디트뷰로(우량 신용정보 공유)’ 시스템이 도입되면 신용에 따른 차별화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각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고객의 모든 금융거래 정보가 여러가지 형태로 가공돼 곳곳에 제공될 수 있기 때문에 이제 금융거래에서의 신용은 금융권 외부에서 조차 개인을 평가하는잣대로 활용될 수도 있다.
외환은행 오정선 PB팀장은 “본인의 신용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경우 사회 활동에서도 제약을 받는 시대가 곧 오게 될 것”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본인의 신용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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