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9일자 29면 '의대교수가 채식프로 비판' 기사를 읽었다.유태우 서울대 교수는 SBS의 특집프로그램 '잘 먹고 잘사는 법'이 비과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며국민건강을 해치는 상업방송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극언을 서슴지 않아, 담당 PD로서 입장을 밝힌다.
유 교수의 논리를 요약하면, 우리나라 지방 섭취율이 평균 19%에 머물기 때문에 지방 섭취를 늘려야 한다는 것.
이는 관련 업자나 할 수 있는 얘기거나 70년대 영양 논리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 구태의연한 이론이다.
우리나라 영양학회는 한국인의 이상적 지방섭취가 총 에너지의 20% 정도라고 말한다.
더 중요한 것은 지방의 종류다. 불포화 지방인 식물성 지방과 포화 지방인 동물성지방의 비율이 2:1 정도가 이상적이지만 우리는 이미 동물성 지방 섭취 비율이 48%를 넘었다.
균형이 깨진 것이다. 지방을 더 섭취해야 한다고 말하려면 전이되지 않고 산화되지 않은 양질의 식물성 지방 섭취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요즘 아이들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2000년의 한 조사에 따르면, 88년 12.5%였던 아동 비만율이 98년 35.6%로 3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소아 성인병 발생률도 같은 기간 13%에서 32.3%로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초등학생의 편식비율이 83.2%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미 서양음식문화에 점령당한 아이들에게, 우리 나라 평균 지방섭취율이 19%이기 때문에 무턱대고 고기를 더 먹어 20%이상 높여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것도 의대 교수가?
우리는 아이들에게 골고루 먹으라고 하기 전에 무엇을 더 먹고 적게 먹어야 하는지를 가르쳐야 한다.
곡식, 야채, 과일, 견과류, 해조류를 가장 많이 먹고 그 다음 생선, 고기, 계란, 우유 등을 약간 먹고 인스턴트식품은 아주 적게 먹어야 한다.
이런 식단구성은 거의 모든 영양학자가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이다.
프로그램에서는 단한마디도 고기나 우유를 먹지 말라고 한 적이 없으며, 그 어디에도 채식주의자가 되라고 하지 않았다.
줄곧 균형 잡힌 우리의 전통 식단을 강조했다. 단, 아토피 증상이 있는 학생에게는 치료식으로 유기농 채식위주의 식사를 권장했다.
이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어서 채식 열풍을 불러온 것 같으나 단순히 이것만으로 프로그램이 육식은 악이고 채식은 선이라고 말한 것처럼 매도되어서는 안된다.
시청자와 독자의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박정훈 SBS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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