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9일 취임 후 처음으로 발표한 연두교서에서 올해 국정의 목표를 테러전 승리와 본국방위, 경제회복 등 3가지로 요약했다.그는 연설에서 먼저 9ㆍ11 테러 참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성과를과시한 뒤 분야별 지표를 제시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자세히 밝혔다.
결국 부시 대통령의 의도는 대 테러 전쟁 승전의 여세를 경기침체, 이른바‘깡패국가’에 대한 대책 등 경제ㆍ외교 분야에서의 과제 극복에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그는 북한 등 대량 살상무기 위협국가를 알 카에다 등 테러 조직과, 경기침체 극복을 대 테러 전쟁과 각각 동일시 하는 화법을 구사했다.
따라서 이날 연설의 분위기도 마치 전쟁을 수행하는 전시 대통령의 연설을 방불케했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평가다. 그는 또한 연설을 아프간에서의 승전 보고와 동시에 새로운 전쟁을 선포하는 기회로 삼았다. 분야별 지표를 전쟁수행에 비유한 것은 그만큼 앞으로 부시 정부의 국정 운영이 강성기조로 추진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 “부시 대통령의 언급은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추구하는 이들 국가들에 대한 직접 경고를 통해 반테러연합전선의 구축을 장기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해석하고 “오사마 빈 라덴을 직접 거명하지 않은점도 바로 이 같은 배경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전쟁승리와 본토방어를 위해서는 국가방위력 증강을 위한 국방비증액이 불가피하다면서 2003 회계연도 예산안에 이를 반영할 것임을 밝혔다.
지난해보다 480억달러나 증액된 국방예산이 지나치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한 반론을 겸한 이 부분에 부시 대통령은 비교적 많은 시간을 할애해 국방력 증각에 대한 의지를 강력히 과시했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국방예산이 군인들의 봉급인상에도 활용될 것이라고 언급해 참석한 군 수뇌부들로부터 열띤 박수를 받았다.
부시 대통령은 경기활성화등 민생현안에도 주력할 것임을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국내외 전쟁에서 승리하고 경기침체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지출자제를 통한 소규모 적자예산 편성이 필요하다”며 이른바 ‘경제안보’를 재차 거론하고 경기부양책의 의회통과를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은 “나의 경제안보 계획은 한마디로 일자리 창출로 요약할 수 있다”며 실업문제해결을 강조하고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에너지 개발, 교육개혁 실시, 감세정책 추진등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부시대통령은 최근파문이 커지고 있는 엔론스캔들과 관련해서는 엔론사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은 채 투명한 회계감사의 중요성을 거론하는 선에서 짚고 넘어가는 노회함을 과시했다.
워싱턴=윤승용 특파원
syyoon@hk.co.kr
■연두교서 발표 이모저모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이날 연두교서 발표는 70여 차례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내는 등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찰스 슈머 뉴욕주 상원의원은 “국제문제는 A 플러스, 국내문제는 B 마이너스의 평점을 주겠다”고 말했다.
딕 게파트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가 "대통령의 강력하고 애국적인 메시지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하는 등 민주당 의원들도 찬사를 보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중인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과도정부 총리를 의사당으로 초청, “미국과 아프간은 테러와 싸우는 동맹국”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또 9·11 테러를 기억한다는 뜻으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 현시장, 조지 파타키 뉴욕 주지사 등이 개인손님 자격으로 초청됐다.
이날 연두교서 발표는 사상 처음으로 백악관과 국무부 웹사이트를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됐다.또 연두교서 내용을 여러 나라에서 볼 수 있도록 아랍어, 중국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등으로도 제공됐다.
의사당 주변에서는 9ㆍ11테러 직후인 9월 20일 부시 대통령이 의회에 출석했을 때와 같은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경찰은 연설 3시간을 앞두고 의사당 주변을 봉쇄했으며, 1시간 전에는 일대 3개 블록의 교통이 완전 통제됐다.
주 방위군 병력이 곳곳에 배치돼 경계를 폈으며, 탄저균 우편물 테러를 의식해 해병대 독극물 처리반까지 동원됐다.
남경욱 기자
kwnam@ hk.co.kr
■부시 '악의 축' 지목國 강력 반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란, 이라크, 북한 등을 ‘악의축’으로 지목하고 대 테러전쟁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히자 이들 국가들은 미국이 오히려 국가적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카말 카라지 이란 외무부 장관은 30일 “부시대통령의 주장은 내정간섭이며 세계는 더 이상 미국의 지배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이란 대통령도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근거없는 과장과거짓 논리”라고 일축했다.
이라크 의회 아랍-국제관계 위원회 살렘 알-쿠바이시 위원장은 “미국은유대 국가와 함께 미국의 뜻에 복종하지 않는 정부와 국민에 국가적 테러를 자행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라고 반박했다.
헤즈볼라, 하마스, 이슬람 지하드 등 10여 국가에서 활동하는 테러단체에 대해서도 미국이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는 부시 대통령의 강경한 어조에 관련단체들은 “신성한 운동세력을 테러분자로 몰고 있다”는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이슬람 반군 아부 샤야프에 대응하기 위해 31일부터 미국과 합동군사훈련이 예정된 가운데 마르크스주의 반군 대변인 출신 사투르니노 오캄포 의원은 “이번 연설은 대테러전쟁이라는 명목 하에 다른 나라에 대한 개입과 일방적 조치를 정당화하는 미국의 오만한 자세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팔레스타인 과격단체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미야는 미국의 위협에도 불구,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테헤란 바그다드마닐라 외신=종합
■■연두교서 요지
▼테러와의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테러에 대한 우려와 임무를 확인케 했다. 우리는 아프간에서 미국의 핵발전소와 상수도 시설 등에 관한 지도와 화학무기 제조 교본 등을 찾아냈다.
아프간에서 테러훈련캠프를 파괴하고 수백명의 테러리스트를 체포했지만 아직도 수십 만 명의 정예 테러리스트들이 활동하고 있다. 훈련 캠프도 최소 12개 나라에서 존재한다. 테러리스트와 테러 정권이 전세계를 위협할 목적으로 생ㆍ화학ㆍ핵 무기를 획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깡패 국가
북한과 이란 이라크 등은 세계 평화를 위협하며 악의 축을 이루고 있다. 특히 대량파괴 무기 개발에 혈안이 돼 있는 이들 정권은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동맹국은 물론 미국을 공격 또는 위협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든 파멸이라는 대가를 치를 것이다. 미국은 안보를 위해 필요한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며 동맹국 보호를 위해 효과적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국토 안전보장
올해 국방 예산이 20여년 만에 최대 규모로 늘었다. 그러나 자유와 안전 보장의 대가에 비하면 많은 게 아니다.
국토 안전보장 예산도 두 배늘었다. 생물무기 테러와 비상사태 대응능력, 공항 및 국경 경비강화, 정보수집능력 개선 등 4개 부문에 집중될 것이다. 탄저균 등 치료에 필요한 백신을 만들 것이며 지방 정부에 대한 재정 지원을 늘리고 경찰 및 소방관들의 장비도 개선할 것이다.
▼경제 회복
최우선 과제중의 하나이다. 테러와의 전쟁 등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소규모 적자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고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공장과 설비 투자를 장려하고 세금 감면을 통해 소비 지출을 늘려야 한다. 국민을 위해 의회가 경기부양책과 함께 교역 확대 등을 위한 각종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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