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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 인간의 성장을 도운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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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 인간의 성장을 도운 동물

입력
2002.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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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학자는 개를 괴롭혔다. 그는 전기충격으로 아무리 사나운 개도 벌벌 떨며 울부짖게 할 수 있었다.손이 무척 빠른 수술의 대가이기도 했던 그는 위액분비를 눈으로 관찰하려고 개의 소화기에 창문을 다는 실험도 했다.

19 마리의 개가 수술대에서 죽어 나갔다. 그는 1904년에 노벨 생리ㆍ의학상을 수상했다.

조건반사 이론으로 유명한 이반 페트로비치 파블로프다. 결코 가학적인 과학자가 아니었던 그는 이렇게 적고 있다.

유럽학자들은 개가 구석기시대인 BC 1,2000년께 가축화하여 인간과 나란히 삶을 누려온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석기시대에는 소 산양 면양 돼지 등이 축화했다. 개는 야생 늑대를 길들였다는 주장과, 먹을 것을 찾아 개가 스스로 축화했다는 견해가 엇갈린다.

개는 닭, 소처럼 마지막에 인간을 위해 희생되는 운명이었다. 인간은 사냥용과 애완용 등에 따라 단기간에 1,000여종의 견종을 만들어 냈다.

개의 용도가 다양해짐에 따라 가축문화도 바뀌고, 그 결과 어느 지역의 운 좋은 개는 도살의 운명을 면하게 되었다.

프랑스 작가 장 그르니에의 '어느 개의 죽음'은 애견의 죽음을 두고 쓴 산문집이다.

한 권의 책이 개에 대한 추억과 슬픔, 존재에 대한 명상으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은 신선하고 놀랍다.

살아 있는 동안 그에게 큰 위안을 주었고, 죽은 후 그가 몹시 그리워한 '타이오'는 떠돌이 무리 가운데서 데려다 기른 개다.

그는 또

고 개의 존재를 격상시킴으로써 인간의 편협한 이기심에 대한 과감한 성찰을 제기한다.

우리의 개고기 문화에 대한 논란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금까지 구미 언론의 보신탕에 대한 끈질긴 비판이 계속돼 왔고, 문화적 상대주의를 내세우는 한국 측의 반격도 거세다.

이제는 논쟁이 국내로 옮겨 붙었다. 최근 '개고기는 우리 음식문화'를 표방하는 '전국 개고기식당 연합회'가 발족하자, '누렁이 살리기 운동본부' 등 6개 동물보호단체가 '개고기 및 동물학대추방 가두캠페인' 을 벌였다.

이 논란을 보면, 이제는 개고기 문화에 대해 재고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에서도 황구로 대표되던 토종개는 줄고 외래종은 늘고 있다. 식용이던 토종개는 주로 사육장에 갇혀 지내는 신세가 되고, 외래종은 가정에서 여성과 아이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

개의 역할과 가축문화의 큰 틀이 식용에서 애완으로 바뀌고 있다. 남성 어른이 생각하는 개와 여성ㆍ어린이가 생각하는 개가 달라진 것이다.

이런 변화에 대한 이해가 따라야 한다. "애완견은 안 먹고 식용견은 먹는다"는 주장도 큰 흐름 앞에서 궁색해 보인다.

올해의 월드컵을 들지않더라도, 좁아지는 지구촌의 시민으로서 세계적 흐름에 발 맞추기 위해 점진적으로 개고기 문화를 바꿔 갈 필요가 있다.

또 개 스스로 가축화했다는 설을 받아들인다면, 투항해 온 후 가까이서 인간 성장을 도운 개를 마지막에 식용으로 희생시키는 것은 만물의 영장다운 고귀한 처사가 아닐 듯하다.

박래부 심의실장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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