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홍콩 바람이 불고 있다.1980년대 후반 첫 홍콩 열풍이 저우룬파(周潤發)로 대표되는 영화였다면, 이제는 음식이다.
서울 시내 곳곳에는 뉴욕 차이나타운풍 홍콩요리 레스토랑에 이어 홍콩식 죽, 딤섬 요리 전문점과 홍콩 요리 테이크아웃점까지 다양한 식당들이 들어서고 있다.
원래 홍콩 요리는 중국 남부 광둥(廣東) 요리에서 출발했다.
이 지역은 열대와 아열대 기후 때문에 산물이 다양해 음식 종류도 많다. 음식의 맛은 담백하고 기름기가 적은 편.
특히 홍콩은 100년 간 영국의 통치 하에 있으면서 서구 문물에 가장 먼저 접했기 때문에 각종해산물과 육류, 야채 등을 이용한 중국 요리와 서양의 맛이 결합하기 쉬웠다.
그래서 홍콩 요리는 미국이나 캐나다 등지의 차이나 타운으로 퍼져나가 중국의 맛을 대표하게 됐다.
■홍콩요리 레스토랑
서울 이태원 해밀튼호텔 뒷편에 자리한 홀리차우(793-0802)는 국내에서는 가장 다양한 홍콩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홀리차우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볶음밥과 계란 반죽을 한 에그 누들(egg noodle).
특히 에그 누들(1만 3,500원)은 고소한 계란 반죽을 국수만큼 가느다란 면으로 뽑은 후 튀겨낸 바삭바삭한 맛이 이색적이다.
홀리차우 볶음밥(1만500원)은 중국식 간장에 단 맛을 가미한 노추(老抽) 소스로 해산물이나 닭고기와 밥을 함께 볶은 담백한 맛.
송파구 방이동에는 홍콩인 주방장 차우쉬만씨의 기름기 뺀 육류요리 맛이 뛰어난 미스터 차우(Mr.Chowㆍ419-4509)가 있다.
닭, 오리, 돼지갈비, 삼겹살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가격은 9,500원대. 감초와 월계수잎, 진피 등 13가지 재료를 넣은 소스가 육질에 알맞게 배어들어 쫄깃함을 더한다.
차갑게 식은 고기도 색다른 맛이 있다.
신촌에서 이화여대 쪽으로 가는 골목에 자리한 완차이(392-7744)는 1층 주방이 개방돼 있어 중국식당하면 으레 떠오르는 대형화덕인 웍(중국 요리에 사용되는 대형 냄비)을 가지고 요리하는 주방장을 볼 수 있다.
홍콩 홍합 조개(2만원) 요리는 눈물을 쏙 뺄 정도의 매운 맛이 일품.
쌀국수 볶음도 손님들이 많이 찾는 메뉴다. 가격대는 3,000원에서 3만 원 사이.
■미국식 중국 음식 테이크아웃 전문점
최근 국내에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홍콩 음식 테이크 아웃(take-out)점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음식을 주문하면 즉석에서 요리해 종이상자에 포장해 내 준다. 종이상자를 들고 젓가락으로 음식을 떠먹는 기분이 색다르다.
뉴욕 스타일 중식 테이크아웃점 차이니즈투고(536-1001)는 최근 강남역 바디샵 골목에 문을 열었다.
숙주나물이 듬뿍 들어간 야채볶음밥(3,300원)과 매콤달콤한 칠리소스나 닭, 새우, 야채가 함께 들어간 면요리인 로메인(3,300원)이 간단한 식사거리.
요리들도 다양해 향긋한 오렌지향으로 소고기를 볶아낸 오렌지 비프(4,900원), 참깨가 들어가 고소한 맛이나는 참깨 치킨(4,400원) 등 20여 가지에 이른다.
에그롤이나 비프스틱 같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스낵류도 있다. 홍콩계 미국인 지미 웡주방장의 지도로 뉴욕풍 홍콩 요리의 맛을 살려 유학생이나 젊은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
1999년 이대역점을 시작으로 압구정동과 청담동 일대에 점포를 연 푸이익스프레스(595-5005)도 대표적인 미국식 중국 음식 테이크아웃 전문점.
4,000원 대의 저렴한 가격에 즉석 조리한 깔끔한 음식들이 주종을 이룬다. 주요 메뉴는 광둥식볶음요리와 밥을 곁들인 일품요리.
■홍콩식 딤섬과 죽요리 전문점
작은 대바구니에 쪄낸 만두나 요리를 일컫는 딤섬은 광둥식 중국요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메뉴.
압구정동 씨네플러스극장 뒷편에 위치한 리포 홍콩(543-3444)은 닭고기, 버섯, 죽순을 배추잎으로싸서 만든 북고활계작(8,500원), 도미머리고기가 들어간 시즙증어운(1만 5,000원) 등 이름도 외우기 힘든 이색 딤섬이 가득하다.
역삼동 홍콩식 죽 전문점 칭(561-5551)은 국 그릇 크기에 포장해주는 다양한 죽요리로 인기가 높다.
쌀을 갈지 않고 그대로 끓여 만든 해물죽(9,000원)과 자연송이죽(1만 2,000원) 등이 대표 메뉴. 오전 7시부터 문을 연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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