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ㆍ29 개각의 성격은 모호하다.그 동안의 흐름과도 궤를 달리하고 있다. 이한동(李漢東) 총리의 유임이 상징하듯 내각의 안정성을 우선한 것인지, 9개 부처교체라는 대폭 개각이 의미하는 쇄신에 무게가 실린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이명재(李明載)검찰총장 임명 후 여론이 호의적 반응을 보이자 여권 핵심부에서는 ‘인사탕평론’이 나왔다.
하지만 새로 임명된 장관 9명, 청와대 수석 8명 등 17명 중 호남 출신이 8명이라는 사실은 탕평과는 거리가 있다.
개각 시기에서도 혼선이 있었다.
부처 업무보고 전에 개각을 한다는 설명이 있었지만, 대통령 친인척인 이형택(李亨澤) 씨에 이어 이기호(李起浩) 경제수석까지 보물발굴 사업에 연루되자 개각을 단행했다는 인상을 주고있다.
국면전환용으로 평가절하된 것이다. 게이트 정국이 일단락된 후 차분하게 임기 말 국정을 마무리하는 내각을 구축하자는 논리는 소수론으로 전락됐다.
물론 반대의 논리도 성립한다. 박지원(朴智元) 정책특보를 제외하면 정치적 인물은 없으며 전문가, 관료 출신들로 내각의 안정성을 도모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박 특보의 경우도 무기력증에 빠진 청와대를 재정비하기 위해 필요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정치적 중립이 청와대와 내각의 이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국정의 포기와 등식화해서도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탕평 문제에 있어서도 통일, 법무, 기획예산처 장관과 청와대 비서실장, 정무, 경제, 복지노동수석 등 호남출신들이 묵직한 경력을 갖고 있다는 반론이 있다.
“과거정권 때는 이와는 비교도 안 됐다”는 주장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대통령이 총재직 사퇴까지 하면서 중립을 표방했지만 야당이 협조는커녕 비수를 들이대는 정치를 계속했다”는 상황인식이 여권 핵심부의 저변에 깔려있다.
여권의 핵심인사들은 “(총재직 사퇴등으로)성의를 보였더니 반대세력들이 아예 식물인간이 되라고하니 차라리 소신파들로 임기 말을 정면돌파하기로 노선을 바꾼 게 이번 개각의 메시지”라고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전후 사정을 종합해볼 때 새 내각과 청와대 진용은 모든 것을 걸고 난국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김 대통령의 마지막 선택이라는 인상을 준다.
개각이 여론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이를 이미 예상했기 때문에 결과로 보여주겠다는 각오도엿보인다. “성급한 판단을 내리지 말라”는 한 청와대 인사의 말대로 DJ의 마지막 진용이 여러 어려움을 극복해낼 지 주목된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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