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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2.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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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교통 표지판이 불친절하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처음한국땅을 밟는 외국인들은 거리의 표지판만으로 목적지를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합니다.그나마 대도시에서는 지도와 대조해가며 물어물어찾지만, 지방으로 행선지를 정했다면 미아가 되기 십상입니다. 외국인이 아니라 한국 사람도 표지판만으로 행선지를 찾아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길찾기가 쉬운 고속도로만 이용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샛길이고 지름길인데도 다른 도로는 외면합니다. 주말이면 굵은 고속도로가 꽉꽉 막히는 이유 중하나입니다.

표지판 중에 관광지를 나타내는 것이 있습니다. 주로 벽돌색 바탕에 흰 글씨로쓰여 있습니다. 여행을 자주 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반가운 표지판이죠. 그런데 유심히 관찰해 보면 기본적인 도로정보가 없는 사람들은 이 표지판을따라 행선지를 찾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수가 적은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그 분포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국도를 따라 설악산에 간다고 가정을 해 보죠. 양평-홍천-인제를 거쳐한계령이나 미시령을 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입니다. 그러나 초행인 사람은 홍천에 이르기까지 도대체 이 길이 설악산에 이르는 길인지 감을 잡을 수없습니다.

서울에서 양평을 거쳐 강원도 경계에 이르기까지 ‘설악산 가는 길’이라는 표지판을찾아보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강원도 땅에 이르러서야 표지판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왜 그렇냐고요. 설악산은 강원도에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설악산에서 서울로 돌아올 때입니다.

경기 북부지역에도 유명한 관광명소가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강원도 땅을 달릴 때에는그에 대한 표지판을 구경할 수 없습니다. 홍천을 지나 경기도 양평에 들어서야 눈에 띕니다.

설악산 같은 최고의 관광지에 대한 배려가 이 정도인데 그보다 덜 알려진 여행지는물어보나마나겠지요. 이런 경향은 도 단위의 지방자치단체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군 단위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여행은 도로라는 선을 따라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선을 안내하는 표지판은스스로 맥을 끊고 있습니다. 다른 곳에 우리 관광객을 빼앗길까봐 일부러 그럴까요. 아니면 법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럴까요. 조금만 협조하면서로 도움이 될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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