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이건희(李健熙) 회장은 350억6,900만원의 자본으로 8개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 총 자본금 7조6,560억원 규모의 삼성그룹64개 계열사 총수로 군림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장의 그룹 전체 계열사 자본금 대비 보유 지분율은 고작 0.46%(01년 4월2일 기준)였다.■4대그룹 총수 지분율 2%대 미만
공정거래위원회는 28일 4대 재벌 전 계열사의 동일인(총수)및 친족, 비영리법인, 임원의 소속회사별 내부 지분율을 공개했다.이는 지난 해 11월 참여연대가 행정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자료의 일부로 공정위는 그간 그룹 전체의 내부 지분율만 발표해 왔으며 비상장사까지포함한 계열사별 내부지분 현황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경우 동일인(총수)의 지분이 단 한 주라도 있는 기업은 64개 계열사 가운데 삼성생명(4.83%)삼성에버랜드(3.72%) 삼성전자(1.73%) 등 8개에 불과했으며 이를 친족까지 확대해도 18개사에 그쳤다.
LG그룹 역시 총수(具本茂ㆍ구본무회장) 지분이 있는 기업은 9개로동일인의 전체 계열사 소유 지분율은 0.48%에 불과했으며, 친족 등 특수관계인 지분도 17개 계열사에 4.01%였다. 또 SK그룹은 54개 계열사가운데 최태원(崔泰源)회장 개인 지분이 있는 기업은 12개(지분율 2.12%)로 나타났으며, 현대차 역시 16개 계열사 가운데 총수 개인은 현대차(3.03%)등 5개사의 지분만 보유, 2.14%의 지분율을 기록했다.
■핵심 지분으로 전체 지배
이들 4대 재벌 총수는 금융 등 핵심계열사와 지주회사격인 주력계열사를 정점으로 한 순환출자를 통해 전체 계열사를 지배해왔다.SK㈜ 최 회장의 경우 SK그룹 지주회사격인 SK㈜ 지분이 0.11%에 불과하지만 이 회사의 최대주주(10.84%) 회사인 SKC&C(비상장회사) 지분 49%를 보유, SK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SK㈜는 SK텔레콤(19.6%), SK글로벌(39.16%)SK해운(34.39%) SK제약(49%) 등의 최대주주회사다. 또 지난해 초 3세경영 체제로 본격 이행한 삼성그룹의 경우 이재용(李在鎔)상무보는 신 지주회사격인 삼성에버랜드주식 25%를 보유함으로써 에버랜드가 최대주주사인 삼성생명(19.3%)을 지배하고, 이를 통해 삼성전자(6.98%)와 기타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도를갖추고 있다.
한편 LG의 경우 지난해 지주회사 전환 프로젝트를 발표, 화학 및 전자부문 지주회사인 LGCI와 LG EI 산하에 관련 계열사를편입하고 2003년까지 금융업종을 뺀 전 계열사를 그룹 단일 지주회사인 LG홀딩스(가칭)산하에 묶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들 재벌들은 계열사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동일인의 금융계열사 지분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 삼성의 경우 동일인 지분 가운데삼성생명 지분이 가장 많았으며, 삼성화재와 삼성증권에도 각각 0.29%와 0.08%의 지분을 보유했다. LG 역시 LG캐피탈의 동일인 지분이4.26%였으며, SK는 SK증권에 2.49%의 지분이 있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재벌 총수가 미미한 지분으로 전체 계열사를 지배하고,특히 단 한 주의 주식도 없는 회사까지 순환출자 등을 통해 경영권을 좌지우지하는 왜곡된 지배구조가 시정되지 않고 있다”며“특히사외이사나 소액주주권한 강화 등 제도적 보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재벌 정책의 근간인 출자총액 제한이나 상호출자 금지 등을 폐지하는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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