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총재의 29일 단독회동은 곰곰이 따져볼 대목이 적지 않다.6개월여 만의 만남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 사이 임동원(林東源) 통일장관 해임안 국회 통과 파문으로 DJP공조가 완전히 깨지는 등 여러 변화가 있었다.
이후 자민련은 하루가 멀다 하고 대북정책 등을 걸어 김 대통령을 공격하는 등 양측 관계는 최악이었다. 두 사람이 나눌 얘기 이상으로 회동이 이뤄진 경위에 이목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청와대는 28일 “김 대통령은 지금까지 각계 지도층을 만나왔으며, 이번 회동도 그 연장선 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의례적인 행사라는 설명과 달리 청와대는 만남을 성사시키려고 1주일 넘게 각별히 공을 들였다.
김대통령은 어렵사리 JP의 긍정적 반응을 감지한 뒤에야 27일 이상주(李相周) 비서실장을 JP에게 보내 일정을 잡는 등 예를 갖췄다.
잇단 게이트로 수세인 김 대통령이 개각과 함께 JP와의 관계개선을 국면전환의 주요 카드로 선택했음을 알 수 있다.
양측은 회동을 앞두고 관계개선에 대해 상당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당장 공조복원은 힘들겠지만 DJP 간에 적대적 관계는 풀리지 않겠느냐”며 “김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한 뒤에도 협력은커녕 공격에만 골몰해 온 한나라당을 견제하는 성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JP측 역시 “JP의 성정상 김 대통령이 유감표명과 함께 도움을 청하면 외면하기 힘들 것”이라며 “DJ와의 관계개선은 내각제 신당창당은 물론 JP의 발언권을 키우는 데도 나쁘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일부에서는 DJP회동을 신호로 정계개편설이 급 물살을 탈 것이라는 추측도 없지않다.
내심 내각제를 명분으로 민주당, 자민련, 민국당은 물론 한나라당의 일부까지 포함하는 신당창당을 꿈꾸는 JP주변에서 두드러진다. 하지만 김 대통령이 정치불개입을 선언한 마당에 DJP회동이 바로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설사 두 사람은 정계개편에 공감했다 할지라도 대외적으로는 철저히 비밀에 부치며 여론을 살필 개연성이 높다.
하지만 때가 때인지라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두 사람의 회동은 공조복원, 합당,정계개편 등 무수한 화제를 낳을 것이 분명하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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