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한 흔들의자에 앉아서 뜨개질을 하면서 자신의 배를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쓰다듬고 있는 여성. 분명 니트 소재의 편안한 홈웨어를 입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하는 여성은 그렇게 편안한 니트만 입을 수는 없다.신의 축복으로 인해 배가 불러 오는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을 패셔너블함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여성들이 종종 있다.
날씬함, 규격화한 체형 요소에 지나치게 집착한 탓일까? 아니면 임산부로서 사회 생활을 하는 데 콤플렉스가 작용하는 것일까?
내 친구이자 최근에 건강한 아들을 출산한 B는 아기를 낳기 7시간 전까지 일했던 맹렬 여성이었다. 특히 사람 만나기로 바쁜 모 보험회사 컨설턴트로 말이다.
그녀는 대부분의 임산부들이 배를 가리고 퉁퉁 부은 다리와 발을 가리느라 커튼처럼 혹은 우산처럼 퍼져 내리는 똑같은 원피스에 몸을 가리는 동안 너무나도 다양한 패션으로 나를 즐겁게 했으며 또한 고객들 역시 즐겁게 했으리라 믿는다.
그녀는 오뚝이처럼 볼록하게 나온배를 감추려 하지 않고 허리를 최대한 늘린 큼직한 정장 바지에 마치 신랑 옷장에서 꺼낸 듯한 남성 재킷을 걸쳐 입고 세련된 색상의 타이나 스카프를 두르고 다녔다.
게다가 편안한 스니커즈를 신고 함박 웃음으로 거리를 걷는 그녀의 모습은 둔하고 힘들어 보이기는커녕 팔랑 날아갈 것처럼 가벼워 보였다.
아마도 아이를 가진 임산부로서의 삶을 즐기는 그녀의 패션법과도 관계가 있다. 아기 탄생을 기다리는 10달이 칩거의 시간이 아니라 새로운 패션과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는 자신을 즐기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남창현 베스띠벨리 디자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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