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7일 주중개각방침을 이례적으로 공표한 것은 수많은 비리의혹 사건으로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당초 게이트 정국이 마무리된 후인2월 말이나 3월 초에 개각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다.그러나 대통령 친인척에이어 청와대 경제수석까지 보물발굴 사업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정쇄신의 조치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는 판단이 세워진 것이다.
이런 결정이 내려지기까지여권 핵심부에서는 조기 개각론과 개각 순연론이 팽팽히 맞섰다. 조기 개각론은 민심수습과 국면전환에 비중을 둔 논리이고, 개각 순연론은 게이트의혼돈 속에서 개각을 하기보다는 이를 일단 마무리한 후 차분하게 내각을 재정비하자는 논리였다. 조기 개각으로 방침이 정해지면서 임기 후반을 튼튼하게마무리한다는 취지가 상당부분 퇴색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점은 개각 후에도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수습과 국면 전환의 측면이부각되면서 개각의 폭은 상당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 내각의 안정성과 정책의 일관성이라는 논리가 우세했을 때만해도 6~7명을 바꾸는 중폭이 유력했으나,이제는 10명 안팎의 대폭 교체가 예상되고 있다.
또 새 내각은 지방선거와대선을 중립적으로 치러내야 하기 때문에 의원 겸직 장관들의 교체가 확실시된다. 사생활에서 물의를 빚거나, 업무 장악력에서 한계를 보인 장관들도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개각 포인트는…
이번 개각의 포인트는 이한동(李漢東) 총리, 진념(陳稔) 경제부총리, 한완상(韓完相) 교육부총리의 거취, 경제팀과 통일ㆍ외교ㆍ안보팀의 교체 여부, 박지원(朴智元) 전 청와대 정책수석의 복귀설이다.
이들 사안 하나하나는 개각의 성격과 임기 말 국정운영의 향배를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도 숙고에 숙고를 거듭하는 대목이다.
▼총리 거취
이 총리는 내각 장악력, 총리 인사청문회 등의 부담을 고려, 유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주중 전면 개각’을 예고할 정도로 국면 전환과 쇄신에 비중이 두어진 상황에서는 교체해야 한다는 논리가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
다만 총리의 제청, 인사청문회 등의 절차를 고려할 때 주중 개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이 총리의 유임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 총리가 제청권을 행사하고 물러나면 개각이 가능하기 때문에 절차 문제가 총리 거취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ㆍ교육 부총리
진 부총리는 공적 자금, 구조조정 등 현 경제정책을 끝까지 마무리하는 차원에서유임이 유력시된다.
특히 경제팀의 또 다른 축인 청와대 이기호(李起浩) 경제수석이 보물발굴 사업 연루로 낙마할 것으로 보여 진 부총리의 유임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장재식(張在植) 산업자원부 장관은 정치권으로 복귀하며 양승택(梁承澤) 정보통신부 장관은 취임 초 발언 파문, 인사 후유증으로 경질설이 나온다.
한 교육부총리는 수능 파문, 학력난 폐지 논란 등에다 치열한 자세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교체 가능성이 높다.
▼통일ㆍ외교ㆍ안보팀
홍순영(洪淳瑛) 통일부 장관이 경질 1순위다. 홍 장관은 북한을 어떻게 해서든 평화구조에 끌어들이려는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보조를 맞추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금강산 장관급회담에서 협상을 결렬시킨 점도 지나치게 강경한 대북 태도로 평가된다.
한승수(韓昇洙) 외교통상부 장관의 거취도 주목된다. 유엔총회 의장으로 자리를 많이 비운 점이 지적되며, 의원을 겸직하고 있어 정치인 출신 배제의 논리가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장관직을 유지시켜 유엔총회 의장의 활동에 힘을 보태자는 논리도 만만치 않다. 한 장관은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을 위해 28일 출국할 예정이어서 이를 유임의 시사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있다.
▼박지원 복귀설
박 전 수석은 이번 개각의 뜨거운 감자다. 청와대의 무기력증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박 전 수석이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온다.
이 경우 이상주(李相周) 비서실장은 교육부총리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크게 엇갈린다.
청와대의 무기력증을 극복하고 김 대통령이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박 전 수석이 임기 말을 보필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민심이반의 책임을 지고 떠난 지 불과 석 달만에 복귀하는 것은 여론의 역풍을 자초 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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