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사업이 또 다시 세간의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사업주체인 현대아산은 사업 중단을 고려할 정도로 경영이 어렵다고 하고, 정부는 사업 지속을 위해서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그러나 흘러간 유행가 가락처럼 이제는 지겨울 뿐이다.
6개월 전 경영난을 계기로 한국관광공사가 사업에 참여할 때도 똑같은 내용이 흘러 나왔고, 1년 전 현대아산이 관광대금을 제대로 송금하지 못하기 시작할 때에도 다를 바가 없었다.
어째서 시간이 지나도 같은 내용이 되풀이되는 것일까.
그것은 금강산 관광사업이 지니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는 그대로 덮어둔 채 미봉책으로 사업을 유지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본질적인 문제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애초부터 무리한 계약조건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이며, 다른 하나는 현대아산의 자체적 문제이다.
우선 관광객 수에 상관없이 매월 약 150억원의 관광대금을 송금한다는 계약은 무모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현재는 관광객 1인 당 100달러를 지급하면 된다고 하나, 이는 일시적인 유예일 뿐이며 언젠가는 당초 계약된 금액 전부를 지불해야 한다.
그 시점이 되면 금강산 관광사업은 다시 커다란 곤경에 빠질 수밖에 없다.
현대아산의 모럴해저드도 지적되어야 한다.
정부는 남북관계 발전의 측면에서 사업을 바라보고 있지만, 현대아산은 자신의 수익 창출 혹은 손실 축소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사업주체가 민간기업인 이상 이는 당연한 일이며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진 정부의 지원은 특정 민간기업의 이익으로 귀결된다.
더욱이 대북협상창구를 독점하고 있는 현대아산은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정부와 국민에게 흘리고 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이 두 가지가 해결되지 않는 한 금강산 관광사업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며, 우리는 끊임없이 똑같은 흘러간 노랫가락을 듣고 또 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금강산 관광사업을 새로운 구도로 재편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며, 이는 정부 차원의 사업으로 금강산 관광사업을 전환하는 것이다.
최근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절대 다수는 금강산 관광사업의 지속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업의 안정적인 지속이지 위태위태한 상황에서의 불안정한 명맥 유지는 아니다.
정부 역시 금강산 관광사업을 남북을 잇는 평화사업이자 남북관계 발전의 상징적인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사업에 관여하여야 한다. 평화사업이라고 공공성을 강조하면서도 민간기업에 맡겨 두는 것은 무책임한 일일뿐만 아니라 임시방편적인 지원으로는 문제의 본질이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금강산 관광사업을 비롯한 남북경협은 남북한 양자만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보다 글로벌한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나날이 격화하는 세계 경제의 블록화에 대응하여 우리 경제의 활로는 동북아 경제협력의 강화에서 찾아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남북경협의 발전이 필수적인 것이다.
남북관계가 안정이 되지않고 남북경협이 초보적인 수준에 머무는 한 동북아 경제협력의 활성화는 요원하다.
바로 여기에서도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의 필요성을 찾을 수가 있는 것이다.
그동안 금강산 관광사업이 우리 경제와 안보, 그리고 남북 화해협력에 미친 긍정적 영향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상당한 것이다.
이러한 사업이 흘러간 유행가처럼 지겹게 느껴지는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금강산 관광사업이 새로운 구도로 재편되어 더 이상 흘러간 유행가가 아니라 '금주의 인기가요'로 다시 사랑받기를 기대한다.
/조동호 KDI북한경제팀장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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