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TV 다큐멘터리 ‘잘 먹고 잘 사는 법’ 방송 이후 주부들의 장보기 손길이 더욱 예민해진 것 같습니다.수입산 식품이 국내산으로 둔갑한것은 아닌지, 방부제나 보존료가 함유된 식품은 아닌지 상인들의 농간을 간파하려 애썼던 주부들의 눈과 손은 이제 유기농 재배 여부까지 확인 작업을 하나 더 추가했습니다.
저는 가족의 건강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주부의 손길은 더욱더 까다로워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우선 빈약하기 짝이 없는 식품 표시 내용이 보완돼야 합니다.
사실 고혈압 환자는 소금 섭취량을 줄이라고 권고를 받아도, 실제 생활에선 과학적인 관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무작정 싱겁게 먹을 뿐, 1일 5g(나트륨90mg)이하로 줄이려면 무엇을 어떻게 먹을지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라면 등 극히 일부 식품을 제외하곤 나트륨 양 같은 것은 아예 적혀있지도 않으니까요.
간장에 조차도 탈지대두, 소맥, 식염, 설탕, 누룩 같은 재료명만 적혀있을 뿐, 나트륨 함량은 표시돼 있지 않습니다.
소금에도 식염, 정제염, 천일염이라는 표시만 있을 뿐, 소금 한 스푼에 몇 mg의 나트륨이 함유돼 있는지 같은 정보는 없습니다.
선택 폭도 제한적입니다.
치즈, 베이컨정도만 저염 제품이 나와있을 뿐, 냉동식품이나 통조림, 즉석 식품 등이 저염과 일반 제품으로 다양하게 구분된 건 볼 수가 없습니다.
기사를 쓰며, 커피를 마시고 싶어 1회용 커피 믹스를 꺼내 보니 오리지널 커피, 프림, 백설탕이라는 내용물 표시밖에 없습니다.
설탕이 몇g 이 들었으며, 칼로리는 얼마인지 당연히 표시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돋보기 안경을 꺼내 들고 식품에 표시된 갖가지 정보를 찬찬히 훑으며 제품 하나하나를 비교해 선택하는 미국 할머니들의 까다로운 장보기가 눈에 어른거립니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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