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의 국어실력은 평균30점이 못 된다.문화관광부가 서울대 국문과 민현식 교수에게 의뢰해 초ㆍ중ㆍ고교 학생과 대학생ㆍ일반인 등 1,000여명을 대상으로 테스트한 결과성인의 평균점수는 29.81점이었다.
두음법칙을 묻는 '연도'와 '년도'를 가리지 못함은 물론, '가르치다' '가리키다', '빌리다' '빌다'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2지 택일 형문제였으니 확률상 50점은 돼야 한다. 30점이라면 틀린 것을 골라 찍은 셈인가.
■테스트 대상 대학생은 서울대 인문대와 서울시내 유수한 대학 1학년 학생들, 성인은 국립 국어연구원 문화학교 수강생들이었다.
가장 우수한 학생집단과 국어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성적이 이러니, 다른 계층의 실력은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같은 방식으로 시행된 6년 전의 테스트에서는 평균 51~55점이 나왔다.
민 교수는 그 때보다 쉽게 출제했는데도 성적 하락 폭이 너무 커 놀랐다면서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민 교수는 지난 주말 신문기고를 통해 4가지 변화를 원인으로 진단했다.
1990년대후반 초등학교에서 시험이 없어지고 한가지만 잘하면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지면서 공부 안 하는 풍조가 만연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인터넷 문화의 범람으로 인한 규범파괴 언어의 횡행, 영어학습 열풍에 밀려 상대적으로 경시된 국어학습, 글자보다 동영상이나 사진과 그림에만 관심을 갖게 하는 영상문화도 중요한 원인이라는 진단이다.
■국어실력 하락은 세계 공통의 고민이다.
미국 필라델피아 주는 공립학교 학생들의 57%가 읽고 쓰기 기초테스트에서 탈락하자 교육구청 고위공무원 55명을 해고하고 빈 자리를 학교경영 전문가들로 채웠다.
연방정부도 읽고 쓰고 셈하는 3R 실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개혁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영국과 독일도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학생과 학부모들도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국어는 젖혀놓고 온 나라가 영어에만 매달리는 광풍의 끝은 어딜까.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cjm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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