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의 출자금으로 설립된 지역 단위농협이 저금리시대에도 IMF 당시의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하고 있어 날로 부채가 늘어가는 농가의 시름을 더하고 있다.이 달의 시민기자 김이환(金二煥ㆍ54ㆍ농업)씨는 7%의 과다한 예대마진을 취하고 있는 지역단위농협의 문제점을 고발했다.
한해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봄부터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3월 농협을 통해 대출되는 금리 5%의 영농자금은 논 한 마지기당 10만~20만원에 불과해 비료, 농약, 농자재를 구입하기에는 태부족.
결국 농협의 상호금융(신용대출)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지난 해 가을 수매를 끝내고 마이너스 통장을 갱신하기 위해 면에 있는 안정농협을 찾았던 김씨는 대출금리가 11.4%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IMF이전이었던 97년 초 10.5%였던 예금금리가 5.1%로 절반이 되었는데 대출금리는 최고 12.9%에서 12.5%로 0.4%포인트 밖에 내리지 않았습니다.”
내부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금리를 자율 결정하고 있는 안정농협은 김씨에게 ‘금리는 신용도에 따라서 9%에서 12.5%까지 차등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씨는 농지 9,000평 소유에 연 1,000만원의 농가외 소득을 올리는데다 연체나 채무도 없는 신용우량자.
자신이 11%대의 금리를 받는다면 다른 농민은 말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단위농협의 높은 대출금리는 영주시 안정농협의 문제만은 아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 이호중 정책부장은 “시중은행의 예대마진이 3~4%인데 대부분의 단위농협들이 5~6%의 높은 마진을 취하고 있다”며 “농협이 금리를 내리지 않는 이유는 경제사업에서 보는 적자를 신용사업에서 메우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의 시도 단위 농민회는 지난 해 봄부터 꾸준히 지역 단위농협을 상대로 높은 대출금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몇몇 지역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농협의 경제사업은 농약이나 비료 구매사업, 연쇄점 운영, 미곡종합처리장 운영 등인데 대부분이 적자이다.
농약, 비료는 중앙회에서 자금지원을 조건으로 단위농협에게 일률적으로 구매하게 해 별 다른 이익이 남지 않고, 연쇄점은 최근 들어 늘어난 인근의 대형마트에 밀려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더더구나 미곡종합처리장은 조합장들의 선심행정으로 수급량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크게 지어지거나 같은 지역에 여러 개가 들어서 대부분의 단위농협들에 심각한 적자요인이 되고있다.
영주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40여년째 같은 지역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김씨는 지난 해 봄가뭄과 쌀값 폭락으로 맘고생이 심했다.
김씨는 “농협은 선친이 추곡수매 때마다 10가마니 당 1가마니씩 출자해 만든 농민들의 조합”이라며 “농협은 농민들의 금융기관으로 바로서야 하며 제대로 운영되지도 않는 미곡종합처리장보다는 쌀 브랜드화 및 판로 개척과 같은 농민을 위한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형 기자
voic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