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찰이 많은 시련을 겪고 있다.검찰이 제 역할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해 특별검사제가 도입되는가 하면, 얼마 전에는 검찰총장이 바뀌는 등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검찰의 위기는 ‘정권의 시녀’라는 등의 소리가 있을 만큼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리고 작금의 현실에 대해 근본적인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에 대해 말들도 많다.
정부는 검찰의 잘못으로 자신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고, 검찰은 오히려 정부의 지나친 간섭이 오늘날의 검찰의 위기를 가져왔다고 한다.
필자는 이런 난맥상을 보면서 문득 정신과에서 자주 언급되는 ‘투사(投射ㆍprojection)’라는 말이 생각났다.
정신의학에서 사용하는 용어 중 방어기제라는 것이 있다. 이는 인간이 내적으로나 혹은 외부로부터 발생하는 원하지 않는 상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자아의 기능이다.
그 방어기제 중 하나가 투사라는 것인데, 이는 자신에게 생기는 문제를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려는 무의식적인 자기방어이다.
즉, 참기 힘든 충동이나 욕구, 자신이 받아들이고 싶지 않는 사실이나 결과 등을 외부 탓으로 돌려버리는 심리 상태이다.
투사는 방어기제 중에서 가장 하급의 조악한 방어기제라고 볼 수있다. 이에 비교되는 방어기제의 하나인 ‘승화(昇華ㆍsublimation)’는 충동이나 본능적 에너지를 개인이나 사회적으로 유용하게 사용되도록하는 것이다.
몇 년 전 승용차 뒷면에 ‘내 탓이요’라고 쓰여있는 스티커를 많이 붙이고 다녔다.
당시 필자는 그 스티커를 보면서, ‘내 탓이요’ 하려면 차 앞면에 자신이 보도록 부쳐야만, 그 뜻에 적합한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나의 탓으로 생각하려면, 내가 보면서 새겨야지 자기는 보지 않고 남만 보라고 한다면 그것은 ‘내 탓’이 아닌‘네 탓’이 되어 버린다.
자신도 모르게 은연 중에 역시 투사가 작용된 것이다.
옛말에도 ‘잘 되면 내 탓, 안되면조상 탓’ 이란 말이 있는 것을 보면, 투사라는 것 역시 인간의 무의식적인 본성의 하나이다.
자기 성찰 없이 남의 탓만 하는 미성숙된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것보다, 잘못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 되풀이되지 않게 승화시키는 성숙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권준수 서울대의대 정신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