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최대의 국경일 ‘호주의 날’을맞아 1만5,000여명이 관중석을 꽉 채운 26일 로드 레이버 아레나. 방송 카메라는 여자단식 맞대결에 나선 제니퍼캐프리애티와 마르티나 힝기스 외에 관중석에도 초점을 맞췄다.바로 코치석에 자리잡고 있는 캐프리애티의 아버지 스테파노, 힝기스의 어머니 멜라니몰리터의 표정을 잡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테니스계에서 손꼽히는 극성 부모. 미식축구선수와 스턴트맨을 지낸 스테파니는 4세 때 캐프리애티에게 라켓을쥐어주었다. 딸을 14세 때 프랑스오픈 4강에 진출시켰고 바르셀로나 올림픽 여자단식 금메달까지 이끌어 화려한 미래를 예고했다.
17세 때부터2년 반 약물복용 등으로 방황하던 딸을 끝까지 신뢰, 재기를 도왔다. 몰리터 역시 6세 때 딸과 함께 투어생활을 시작하며 1997년 당시 최연소(16세)로호주오픈 우승을 합작했다. 99년 어머니가 코치를 그만두자 힝기스는 윔블던 1회전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기도 했다.
이날 2세트 초반까지 캐프리애티가 위기에 몰리자 스테파노는 충격을 받은 듯 자리에서꿈쩍도 하지 않았다. 딸이 2세트 중반 반격에 나서자 몸을 숙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베이지색 모자를 눌러쓰고 내색을 하지 않던 멜라니는 결국딸이 경기 후 어머니를 부르자 함께 울었다. ‘바짓바람’에 2년 연속 눈물을 삼킨 이들이 내년에는 설욕을 할수 있을까.
정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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