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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각] 음란 메일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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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각] 음란 메일과의 전쟁

입력
2002.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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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일어나면 신문을 펴는 일보다 커피를 마시는 일보다 먼저 하는 일이 있다.컴퓨터를 켜는 일이다. 그것도 간밤에 누군가 내 컴퓨터를 향해 쏘아놓은 메일을 점검하는 것이 그것이다.

누군가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스팸메일이라고 부르는 상업메일을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남편과 나는 아침마다 아이들이 일어나 혹여라도 그 컴퓨터 앞에 접근하기 전에 나는 편지들을 지우는 일을 한다.

'국제전화 싸게 겁니다'라든가 '녹색 식단이 성인병 막는다' 같은 것들이야 애교이자 성의로 봐줄 수 있고, '최근 새로 나온 시디 목록입니다' 까지도 참을 수 있지만 '충격 영상 한국 일본 중국 여대생 자위 목록' 등의 몰염치하고 노골적인 제목의 메일에 이르면 아침부터 기분이 상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내가 굳이 그 메일을 열지 않아도 이미 그 메일을 클릭하는 것만으로도 저질 포르노 물에서와 같은 동영상이 내 집 컴퓨터 안에서 그것을 처음 발견하는 사람이 누구이든 거기서 버젓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방학이 시작된 후 친구들은 모두 나와 같은 종류의 고민에 쌓여 있다.

그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일하는 엄마들이 더 이상 혼자 집을 지킬 수 있을 만큼 자란 아이들을 더 이상 혼자 집에 두고 나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하나, 무료한 아이들이 접하는 그 포르노 때문이다.

친구 하나는 아예 자신의 회사에 아르바이트거리를 찾아 아들을 데리고 출근하기 시작했고 또 하나는 인터넷 전용선을 없애버리는 불편을 감행했다.

사실 인터넷을 통해 믿을 수 없을 만큼 신속하고 놀라운 정보들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우리에게 그것은 전화선을 끊는 것만큼의 불편을 감수하는 일이었으리라.

아이들이 한번쯤 포르노를 보는 것이 -더구나 사내녀석이!-무어 그리 대수로운 일이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자신들도 어린 시절 학교에 도는 소위 '책'들을 훔쳐보며 자랐다고 말이다.

어린시절 헌 책방 골목에서 펜트하우스나 플레이보이의 서양 여자사진을 훔쳐보며 자랐다는 사람들 말이다.

그러나 아직 열살 남짓한 아이들에게 그것도 영상으로 전달되는 포르노의 해악은 아직 성에 대한 정체성은 커녕 인간 전반에 대한 주관을 확립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지 생각만 해도 끔찍해진다.

그것은 상상속에서 일어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생생한 것이기 때문이고 만화나 그림이나 조작된 사진이 아니라 실제 인간들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것을 만든 사람들의 목적이 인간을 도구화 시켜, 그것도 사람을 만드는 사람들의 성을 도구로 해서 몇 푼의 돈을 움켜쥐려는 속셈인 바에야.

스팸 메일의 해악에 대해 요즘 정부가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려고 하는 모양이지만 이 정도로는 안 된다.

누구에게 전달되는 것이든 간에 포르노를 유포시키려는 사람을 추적하는 일이 이 나라 경찰이나 검찰에게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던가?

이 나라에 검찰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른 것 같다.

무슨 무슨 게이트라는 부패의 문 앞에서 서성이는 검찰.....권력과 돈을 가진 인간들의 심기를 거스를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는 검찰들은 그 어려운 일들을 하기 정 힘들거든 쉬운 이 일부터 시작함이 어떨까.

미국에서 이십년을 살다 돌아온 한 친구가 말했다. 조직 폭력배들을 다룬 영화가 왜 인기가 있는 줄 아느냐고. 친구는 대답했다.

적어도 조직 폭력배들은 자신에게 세금을 바치는 구역인들은 보호하지 않느냐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나는 할말이 없었다.

그리고 당분간은 할말이 없을 것만 같다.

공지영ㆍ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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