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봉우리를 터뜨리고 있는 한국영화산업을 뿌리부터뒤흔드는 격이다.' (문화관광부, 영화인)‘한미투자협정(BIT)의체결을 위해선 스크린쿼터의 축소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재정경제부, 외교통상부)
국산영화를 연간 146일간 의무적으로 상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스크린쿼터의 축소문제가 한미투자협정을 앞두고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재정경제부와 외교통상부는 다음달 19~20일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의 방한이전에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한미투자협정 체결의 마지막 걸림돌인 스크린쿼터를 줄이기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불퇴전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면 문화부는영화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현행 스크린쿼터제의 유지가 필수적이라며, 영화인들과 연합전선을 구축해 재경부-외교부에 맞서고 있다.
▼갈등 배경
스크린쿼터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것은 미국이 올들어 한미BIT 체결의전제조건으로 스크린쿼터의 폐지를 강력히 요구하면서 비롯됐다. 재경부는 환란직후인 1998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방미당시 우리측의 제의로이루어진 한미BIT협정을 부시대통령의 방한기간중 체결원칙에 합의하고, 상반기중 공식서명하기위해선 스크린쿼터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입장이다.
양국정부는 그동안 투자협정 체결을 위해 세차례 협상을 벌여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기업분쟁 때 미국법원의 재판관할권 인정 등대부분의 이견을 해소했으나, 스크린쿼터에 대한 의견조율에는 실패, 체결이 지연돼왔다.
정부는 양국간 투자협정이 체결되면 미국기업들이 외국인투자관련 각종 규제를 받지않고, 분쟁이나 소송 때도 내국민과 똑같은 대우를 받게 돼 미국은 물론 유럽기업들의 외자유치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경부와 문화부간의 갈등도 문제 해결을 꼬이게 하고 있다. 재경부는 2000년초박지원(朴智元) 당시문화부장관이 영화진흥금고용으로 당초 책정된 500억원의 예산외에 2년간 1,000억원을 추가로 더 배정받는 대신 영화인을 설득, 스크린쿼터를 줄이겠다고약속해놓고선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보이고 있다.
▼스크린해법 산넘어 산
재경부는 특히 국산영화의시장점유율이 지난해 49%에 달하는 등 우리영화의 경쟁력이 높아진 만큼 국산영화 의무상영일수를 146일에서 미국측이 동의했던 73일선으로 줄여도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재경부는 조만간 문화부등과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어 이견을 해소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화부가 재경부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다 영화인들이 ‘문화주권’을 캐치프레이즈로내걸고 국민들의 감정에 호소하며 거리투쟁에 나설 것이 불보듯 뻔해 부시대통령의 서울방한 이전에 해법을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영화인들 거센 반발
스크린쿼터 축소 또는 폐지에 대한 문화계의 반발이 거세다
영화계와 문화예술단체들도 23일 일제히 성명을 발표하고 "재정경제부의 쌍무투자협정 조기 타결을 위한 스크린쿼터 축소,폐지 음모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1999년 6월 삭발시위까지 벌여 여론의 절대 지지를 받았던 영화인들은 2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규탄 보고대회를 가진 후,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조짐이 확실할 경우 대규모 시위를 벌인다는 계획이다.스크린쿼터문화연대 양기환 사무처장은 "스크린쿼터를 제외시키고 투자협정을 체결하도록 국민 여론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영화인들 스스로 내린 스크린쿼터 축소 조건인 '한국 영화 시장점유율40%(지난해 46.1%)도 일회성이 아닌,40%이상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영화산업의 자생력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예술성과 작품성을 추구하는 다양한 장르 영화보다는 코미디나 '조폭 영화'에만 돈이 몰리는 현실에서,스크린 쿼터 폐지는 충무로의 돈줄을 끊어 한국 영화 전반이 모래성처러 무너질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영화와 외화간의 불평등한 부율(극장과 배급사간의 입장료 분배비율)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8일 발족한 한국영화 극장부율 개선추진위원회도 23일 "한구영화의 생존 기반인 스크린쿼터가 흔들릴 위기에 놓임에 따라 영화계의 확고한 단결을 위해 그간의 활동을 정리한다"고 밝혀 해산을 결정했다.
한편으로는 대형 상업영화만 스크린쿼터의 혜택을 보고,예술영화가 설 자리느 점점 좁아져 제도의 보완이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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