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하우스'/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ㆍ이명희 옮김다윈의 ‘종의 기원’(1859) 이후 인간은 ‘진화가 곧 진보이자 선’이라고 확신하며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고 굳게 믿는 세계관을 구축했다.
물론 서구에서 이런 직선적 세계관은 다윈보다 훨씬 이전, 플라톤적 사고방식에서부터 갈릴레오 데카르트 뉴턴 등에 의해 확립된 근대과학을 거치면서 굳어져왔다.
진보적 좌파 과학사상가인 스티븐 제이 굴드(61ㆍ하버드대 지질학 교수)는 ‘풀하우스’에서 이러한 단선적 인간관ㆍ세계관을 단호하게 부정한다.
“진화는 진보가 아니다, 진화는 사다리 오르기가 아니라 가지가 갈라지는 과정이다, 진화에서 우연의 역할은 중요하다”는 것으로 그의 주장은 요약된다.
굴드는 이미 국내에도 ‘다윈 이후’ ‘판다의 엄지’ 등의 저서가 번역소개돼 알려진 학자.
전문 학계에서 그는 다윈 진화론에서 이른바 미싱 링크(missinglinkㆍ양서류에서 파충류로, 침팬지에서 인류가 진화되는 중간 과정의 화석이 발견되지 않는 ‘화석기록의 불완전성’을 가리키는 말)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어떤 종이 오랜 기간 안정된 형태를 유지하다가 갑자기그 평형 기간이 단속되면서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다른 종으로 진화한다는 ‘단속평형설’을 발표해 진화론해석에 일대 변혁을 일으켰다.
굴드는 바로 우리 주변의 알기 쉬운 사례를 들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한다. 메이저리그 야구에서 왜 4할대 타자가 사라졌을까.
미국 야구 역사상 최대의 수수께끼라는 이 문제에 대해 굴드는 타자의 실력 저하, 또는 투수 혹은 수비수의 실력 향상 때문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비판한다.
실제 자료를 기초로 그는 “야구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됨에 따라 ‘시스템 전체의 변이폭이 축소’되어 예외적 존재인 4할대 타자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굴드의 이런 설명은 곧 현대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맥을 같이 한다.
‘평균값’이라는 부분적 속성으로 한 체계의 전반적 특성을 파악하려는 우리의 습관적 사고방식이나, 전체의 시스템을 하나의 본질로 환원하려는 플라톤적 사고방식에 대한 반동으로 현대과학은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며 유기체적, 시스템적, 전일론적인 복잡성의 사고를 추구하고 있다.
이 책에서 굴드는 자신의 전문분야뿐 아니라 문학, 음악, 건축, 스포츠 등 인류문화 전반에 대한 해박한 식견을 과시하며 독자를 흥미로운 진화의 세계로 인도한다.
자신을 사다리의 최상위에 올려놓고 오만 떠는 인류에 대한 경고이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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