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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택씨 自力으로 로비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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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택씨 自力으로 로비했을까

입력
2002.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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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의 전방위 로비사실이 드러나면서 정권 고위층의 개입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이 전 전무가 민간인 출입이 어렵다는 해군본부와 국가정보원을 자유롭게 드나든 배경이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특검팀도 이 전 전무의 로비행적을 일일이 점검하면서 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2차장을 시작으로 이들 기관의 관계자 소환에 착수했다.

이 전 전무의 로비반경을 보면 그가 개인적 확신보다는 고위층의 강력한 후원속에사업을 벌였다는 의심을 갖게 한다.

동화에서나 나올법한 보물매장설을 주장하는 발굴업자와 결탁하는 한편 국가정보원과 해군에 지원요청을 한 것으로드러났다.

그는 1999년 말 엄익준(嚴翼駿ㆍ작고) 국정원 2차장에게 진도 앞바다의 탐사요청을 했고 엄 차장은 국정원 직원 3,4명을 현장에 파견해 탐사작업을 지원했다.

이전 전무가 이어 국정원 경제단 과장을 대동한 채 해군 장성을 만나 장비와 인력지원을 요청했다는 대목에서는 국가기관간 공조 의혹마저 제기된다.

국정원과 해군측은 “이 전 전무가 개인자격으로 찾아왔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 전 전무가 평소 안면이 없던 국가기관 간부들을 무슨 계기로 만났는지 설명이 부족하다.

이와 관련, 발굴사업을 지켜봤던 주변 인사들은 이 전 전무가 정권 고위층에 사업설명을 했고 이를 신빙성 있게 받아들인 실세인사가 관계기관에 이 전 전무 지원을 지시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발굴업자 A씨는 “이전 전무가 자신의 신분을 이용, 청와대 고위인사를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말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했다.

당시 이 전 전무의 고위층 설득에는 “국가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논리가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 전 전무는 지난해 9월 국감에서 “보물이 나올 것으로 생각했고 그러면 나라가 좋아지는 것 아니냐”고 증언했다.

그의 말을 뒤집어보면 그가 예금보험공사전무의 업무범위를 넘어 국가적 사업을 수행했다는 자신에 찬 목소리를 감지할 수 있다.

특검팀은 이 전 전무의 수사와 관련, 원칙적이고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특검팀 관계자는 이 전 전무 소환시기에 대해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부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전무를 매개로 정권 고위층에 대한 접근도 가능한 만큼 범죄혐의를 입증할 모든 증거를 모을 때까지 소환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미다.

특검팀은 현재 이 전 전무의 사법처리 범위를 확정하는 작업에 고심하고 있다. 이 전 전무가 이용호(李容湖)씨를 비롯한 발굴업자들로부터 약정받은 15%의 지분 외에 다른 금품수수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게 우선 과제다.

또 산업은행을통 해 발굴사업에 참여한 S건설의 회사채 250억원의 지급을 연장해준 것과 관련, S건설측과의 대가관계도 조사하고 있다. 대가성이 드러난다면 이전 전무의 신병확보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며 이후 이 전 전무의 뒷배경에 대한 조사가 뒤따를 전망이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이형택씨 왜 로비했나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가 보물발굴 사업과 관련, 전방위 로비를 펼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의 로비동기가 밝혀지면 사건의 실체는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된다.

특검팀 주변에서는 '국부(國富)증진설’ ‘개인 치부(致富)설’ ‘정치자금 조성설’ 등 갖가지 관측이 나돌고 있다.

우선 ‘국부 증진설’은 이 전 전무 본인의 해명에 충실히 따른 가설이다. 이 전 전무는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정말로 보물이 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그 사람들을 도와줬다.

보물이 나오면 국가를 위한 일이고 그게 나오면 나라가 좋아지는 것 아니냐”고 증언한바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이 전 전무가 아무런 사심 없이 발굴사업을 지원했을 때나 가능한 얘기인데 그는 지분을 약속 받는 등 대가성을 의심받고있다.

또한 이 전 전무의 말대로 국가적 사업이라면 정부기관에 공식적인 지원을 요청해야 함에도 이 전 전무는 발굴업자들과 개인자격으로 어울린 것으로드러나고 있다.

‘국부 증진설’의 약점은 곧 ‘개인 치부설’의 개연성을 높여주고 있다. 이는 이 전 전무가 지난해11월 발굴업자와의 협정서에서 자신의 몫으로 발굴수익의 15%를 약속받은 데서 출발한다.

발굴업자들의 주장대로 20조원의 보물이 묻혀있다면 자그마치 3조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따라서 국정원의 탐사를 통해 보물 매장을 확신한 이 전 전무가 해군과 국책은행 등에 로비를 벌이면서까지 발굴사업을 진두지휘 했다는것이 치부설의 근거다.

하지만 이 전 전무의 경제ㆍ사회적 지위로 볼 때 단지 개인적 목적에서 정ㆍ관계 인사에게 발굴사업 지원을 요청했다는 것은여전히 의문이다.

이 전 전무는 1997년 ‘DJ 비자금’ 관리책으로 지목돼 검찰조사까지 받은 탓에 사정기관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이 전 전무 주변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그가 치부를 위해 무모하게 해군과 국정원 고위 간부와 접촉했을 리 없다”고 전하고 있다.

따라서 ‘정치자금 조성설’이라는 예민하면서도 여권에게 치명적인 가설이 주로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98년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이 전 전무가 87개 계좌를 통해 47억여원의 정치자금을 관리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전력에서 정치자금의 필요성을 아는 이 전 전무가 보물 발굴사업을 정치자금의 조달통로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전 전무가 안정적인 자금확보 방안을 제쳐두고 굳이 뒤탈이 날 소지가 많은 사업을 자금줄로 생각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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