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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터뷰 / 부패방지委 강철규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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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터뷰 / 부패방지委 강철규 위원장

입력
2002.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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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부패방지위원회가 문을 연다. 부패방지위원회가 마련한 국민홍보용 팸플릿에 따르면 부패를 뜻하는 영어단어 ‘Corrution’은라틴어 ‘Cor(함께)’와 ‘Rupt(파멸하다)’의 합성어로 결국 부패란 더럽고 추악하며 종국에는 함께 파멸에 이르는 것을 의미한다.딱 맞는 말이다. 날마다 새롭게 터지는 ‘게이트’들만 봐도 그렇다. 형님, 아우, 동네 선후배들 끼리끼리 해먹 던 무리들이 줄줄이 함께 망하고 있다. 그들만 망하는 게 아니니 문제다. 이러다가는온 국민 모두 함께, 나라가 통째로 망할 판이다.

이쪽에서 빼먹고 저쪽에서 빼먹으면 무엇이 남을까. 강철규(姜哲圭ㆍ57) 부패방지위원회 초대위원장을만난 것은 제발 부정부패를 막아 나라가 망하는 걸 막아달라는 기대를 전하기 위해서 였다.

정숭호 부국장

soong@hk.co.kr

_부패방지위원회에 기대가 큽니다. 초대위원장으로서 소감이 어떠신지요.

“여러 게이트로 사회가 어수선해지면서 부패척결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아 책임이 무거울 뿐입니다. 어느 정도의 부패는 당연시하는 사회분위기를 개선하고,개인적 부패보다는 구조적 부패가 더 문제인 만큼 제도적 개혁에도 힘쓸 생각입니다.

_부패방지위원회는 무슨 일을 어떻게 하게 됩니까.

“부패방지위원회가 설립된 건 공직자들의 부패를 막기위해서 입니다. 개별 공직자의 부패에 대해서는 신고를 받아 우리가 조사를 한 후 검찰 등 사법기관에 이첩하는 절차를 밟게 되고, 사법기관의 조사결과가 우리의 생각과 다르면 재조사를 요구하거나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하게 됩니다.

또, 공직사회의 구조적 부패를 막기위해서는 부패관행과 제도의 개선, 부패방지대책의 수립 및 평가와 같은 일을 하게 됩니다. 부패 신고자에 대해서는 철저한 신분보호와 함께 최고 2억원의 보상금을지급, 신고를 유도할 생각입니다.

_신고가 많이 들어올 것 같습니까

“많이 들어와야겠지요.직원들은 위원회 발족준비를 하면서 엄청나게 많이 들어올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_부패를 척결하겠다고 나선 정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정권마다 부패를 뿌리뽑겠다고 했지만 부패는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그런 경험 때문에 부패방지위원회도 얼마 안 가서 흐지부지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없지 않을 겁니다. 왜 이렇게 된 겁니까.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합니다. 하나는 우리 국민들의 부패에 대해 양해하는 수준, 즉 부패균형점이 높다는 겁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누구나 부패가 없어야한다면서도 부패를 인정하는 측면이 있는데 이 수준이 선진국보다 크게 높아요.

미국은 공직자들이 20달러 이상의 접대를 못 받게 되어있습니다. 20달러이상은 뇌물이 되는 것이지요. 그런 미국에서도 부패를 우려해 최근에는 공직자들이 아예 접대를 받지 못하도록 하자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몇 백만원, 몇 천만원도 떡값이라고 하니 부패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요.”

_다른 하나는 무엇입니까.

“정치권의 구태의연입니다. 아까 지적하신 대로 그동안의 부패척결 노력 때문에 중앙정부 고위직이나 대도시 고위공무원의 부패는 전 보다는 심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의사결정과정이 전보다 투명해졌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정치권과 권력주변, 그리고 지자체 하위직의 부패는 여전하거나 더 심각해졌습니다. 지금터지고 있는 여러가지 ‘게이트’도 는 바로 이런 부분들이 서로 얽혀서 생겨난 거라고 봅니다.“

_돈세탁방지법에서도 정치자금은 적용대상에서 빠졌는데, 정치권의 부패방지를 위해 생각하시는 복안이 있습니까.

“당장에는 뭐라 할 것이 없습니다. 다만 앞으로 기업이 정치자금을 낼 때도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_재벌과 정치권의 유착도 막아야 할 텐데요.

“재벌도 지난 몇 년 사이 많이 투명해졌다고 봅니다. 전처럼 총수 마음대로 돈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시대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요즘 뇌물사건이 벤처 쪽에서 주로 터지는 것도나는 이런 상황변화 때문이라고 봅니다.”

_고위 공직자도 투명해졌다, 재벌도 깨끗해졌다, 그렇다면 부패방지가 예전보다 쉬워졌다는 뜻입니까.

그런 뜻은 아닙니다. 그런 분야에도 개선해야 할 것이 많지요. 하지만 정치권이 달라지면, 웃물이 맑으면 아랫물도 맑아지기가 쉽다는 겁니다. 어쨌든 정치권이 달라져야 해요.“

_지자체 하위직 공무원의 부패도 심각하다고 했는데 어떤 대책이 있습니까.

“내가 규제개혁위원장을 지내면서 느낀 것인데 그들의부패는 재량권에서 비롯되는 겁니다. 해줄 수도 있고, 안 해줄 수도 있다는 재량권을 가지고 민원인을 괴롭히는 것인데 이 문제는 규제개혁을 해서 재량권을 없애면 해결된다고 봅니다.

이와 함께 유사행정규제나 관행, 행정기관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각종 협회의 규제도풀도록 해야겠지요.”

_대학교수(서울시립대 경제학과)로 지내시다 첫 공직을 맡았는데 잘 해나갈 수있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는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위해서는 기술개발, 자본축적 못지않게 부패와 결별하기 위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이 때문에 80년대말부터 시민단체에서 반부패운동을 해왔습니다.

또 봉직했던 학교에도 ‘반부패연구소’를만들어 연구를 해왔습니다. 이 연구소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것인데 외국의 여러 기관에서 관심을 가질 정도 였습니다.이런 경험이면 잘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학자출신으로 조직을 어떻게 운영하는가는 다른 문제이겠지만.”

_만일에 부패방지위원회 직원이 부정을 저지르면 어떻게 됩니까. 직원들을 믿습니까.

“우리 위원회 직원들은 자원자들입니다. 경쟁이 심해서 선발하기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7급이상 직원은 모두 재산을 등록하고, 3만원이상 접대나 5만원이상 상품권이나 선물은 받지 않도록 자율결의를 할 생각입니다. 그들을 믿어야지요.”

-위원장님 재산은 얼마나 됩니까.

서울 반포에 50평 가까운 아파트 한 채와, 저축이 좀 있습니다. 주식은 없습니다.저축은 원고료와 강의료 수입입니다. (그는 아파트 이야기를 하더니 “산업연구원 재직시절 사택에 살 수 있어 내집마련 비용을 만들기 쉬었다고 덧붙였다.)

사진=김재현 기자

●약력

약력 충남 공주출생. 대전고(1964), 서울대(1968) 졸업. 산업연구원 산업정책실장(1987~89).서울시립대 교수(1989~2002).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1995) 반부패특위 위원(1998~2000) 규제개혁위원회 공동위원장(2000.5~)

■부패방지委 과제

부패방지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여러 과제가 선결되어야 한다.

우선 기존 사정기관과의 관계정립이다. 부패총괄기구로 검찰 국정원 등 사정기관을 견제해야 하지만, 독자적인 조사권이 없어 이들 기관과의 관계설정이 제대로 되느냐가 문제다.

외부에서 유능하고 참신한 인력을 수혈받지 않고, 기관간 원만한 업무 협조 등을 명목으로, 청와대 총리실 감사원 검찰 행자부 등에서 사정과 공직기강을맡던 사람들이 대거 부방위에 포진한 것도 문제다.

최근 부패스캔들에 잇따라 연루돼 물의를 빚고 있는 검찰과 국정원을 어떻게 제어할 수 있을 지도 관심사다. 부방위 관계자는 “내부고발자와 시민단체들과 네트워크를 구축, 이들 기관에 대해서도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부방위는 인권위원회와는 달리 공무원들로만 구성돼 있고, 시민단체 출신은 전무하다.

공직사회 내부고발 활성화도시급한 과제. 범죄를 인지해 수사하는 곳이 아니라 신고에 바탕해 조사를 펴는 곳이기 때문에 고발 건수의 많고 적음은 대단히 중요하다.

부방위는내부고발자의 보호를 위한 장치를 마련했고, 고발자에 대해서는 보상금을 주도록 하고 있어 올 한해 1만건 정도의 신고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자기식구’에 대한 고발을 꺼리는 풍토가 있어 낙관만 할 수 없다.

또 국민 누구나 부패정보를알게 될 경우 신고할 수 있지만, 공무원 부정부패의 특성상 ‘알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조직 안에 있다.

따라서 내부고발자의 다양한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에 부패방지의 성패가 달려 있다. 신고를 장려하되, 조직내의 무고한 음해ㆍ 투서 등이 남발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부정부패 신고 어떻게

공무원 부정부패 사실을 알고있는 국민은 누구나 신고할 수 있다. 신고 대상에는 국회 법원을 비롯한 헌법기관, 공기업 등 모든 공직 유관기관 근무자도 포함된다.

신고는 위원회가 입주해 있는서울역 맞은 편 대우센터옆 서울시티타워 15층(부정부패신고센터)으로 찾아가면 된다.

우편(중구 남대문로 5가 581 서울시티타워 15층 부패방지위원회부정부패신고센터앞)이나 팩스(02-2126-0098,0099)인터넷(www.pcac.go.kr)으로도 가능하다. 신고접수는 연중무휴 24시간 이뤄진다.신고자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며, 누설될 경우 관련 공무원은 처벌된다.

부방위는 신고 접수 30일내사실관계를 확인, 검찰이나 감사원 등 조사기관에 넘기고,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는 검찰에 고발한다. 해당 조사 기관들은 60일내 조사를 종결해부방위에 통보해야 한다. 부방위는 처리결과를 신고자에게 알려주는 한편, 조사가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 기관에 재조사를 요구할 수 있다. 신고자가부패행위 신고로 국가예산이 절감되거나 손실이 예방됐을 경우 최고 2억원까지 보상금이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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