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의 ‘멀티플레이어’ 유상철(31ㆍ가시와 레이솔)은 요즘 골프의 재미에 푹빠져있다. 골프에 입문한 지 이제 겨우 7개월 째. “완전히 혼자 배운 골프라 최고 기록이 99타 밖에 안된다”며 멋적어 한다. 그러면서도 소속팀에서 훈련 이외의 자유시간엔 항상 골프를 할 정도로 열심이다.골프를 배우다 보니 이젠 골프에서 축구에 대한 ‘영감’을 얻게 된다고 한다.“축구하고 골프는 매우 비슷합니다. 임팩트 순간 힘이 빠져야 항상 잘 맞거든요.” 공을 찰 때도 항상 골프의 샷 감각을 염두에 둔 탓일까. 요즘그의 롱패스는 아이언 샷처럼 적재적소에 떨어지고 인사이드 땅볼패스 역시 퍼팅처럼 침착하고 정확해졌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너무 침착해진 것이 문제였다. 20일 미국과의 골드컵 첫경기에서 페널티킥을 골키퍼의 가슴에 안겨주는 실축을 범해 ‘절정의 샷 감각’이 무색해진 것. 팀내 페널티킥 성공률이 가장 좋기로 유명한 그였기에 충격도 컸지만 정신을 가다듬게 한 ‘보약’이 됐다.
“미국전에서 꼭 이기고 싶었는데 페널티킥을 실축 해 잠이 안왔다”는 그는 쿠바전을 앞둔 23일훈련서 더욱 많은 땀을 흘렸다. 히딩크 감독은 그에게 “공격전환시 적극적으로 미드필드진에 가담하라”는 주문을 내렸다. 그는 송종국과 함께 ‘한국형 토털사커’를 이끌 핵심인물로 낙점 받은 지 오래다.
“솔직히 수비보다는 공격진에 서고 싶은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다. 하지만 현대축구에서 1~2개 포지션을 맡는 일은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이후 다시 중앙수비수로 나서게 된 그는 “대표팀의 공수간격이 상당히좁아졌다”며 월드컵 16강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월드컵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그의 목표는 이미 월드컵을 넘어섰다. 유럽진출에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 “왜 유럽 진출에 욕심이 없겠습니까. 저는 유럽에 가면 안됩니까?” 월드컵이 끝난 뒤 유럽에서 현역생활을 마감하고싶다는 그의 한마디엔 유독 힘이 들어갔다.
■ 전문가 조언(정종덕 전 건국대 감독)= 유상철의 플레이는 선이 굵다. 중거리슛에 헤딩력을 보유한 다재 다능한 선수다. 프랑스월드컵 벨기에전서 동점골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발이 빠르지 않고 방향전환이 늦어 세계적인 공격수로서는 부족한 면이 있다. 수비에 60%이상 치중할 수 있는 포지션에서 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준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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