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농담이 어디서, 왜 생겨났는지 모르겠다. 남자들이 하는 말 중에 여자들이듣기 싫어하는 말 세 가지, 군대 이야기, 축구 이야기, 그 중에서도 가장 싫은 건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라고.처음엔 그냥 사람들을 따라 웃었다. 그러다가 슬며시 불쾌해졌다. 어쩌면 그 농담은 여성에 대한 편견, 그리고 축구에 대한 편견을 동시에 담고 있는 것이었다. 한편으로 여성은 영원히 정열과 투쟁의 스포츠인 축구와 친해질 수 없을 것이라는 편견, 다른 한편으로는 축구가 그만큼 특정한 상황의 특정한 집단 논리에 얽매여 있다는 편견.
물론 나는 직접 축구를 해본 적이 없다. 남자애들이 차지한 운동장 한켠에서 공기놀이나 고무줄을 하면서 멀거니 그들을 바라보거나, 간혹 발치까지 굴러온 공을 의혹과 호기심으로 툭 차서 건네주는 수준이었다. 그것이 나의 개인적인 아쉬움이며 안타까움인 동시에 축구를 좋아한다고 말할 때에도 여전히 가슴 밑바닥에 깔리는 열등감이다.
축구가 남성적인 스포츠인 것은 사실이다. 근래에 들어 여자 축구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며 무섭게 성장하고는 있지만, 애초에 수렵의 기억으로부터 발로 하는 구기의 전통이 비롯되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여성이 언제까지 원시의 채집 활동에 몰두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축구 또한 영원히 남성들의 전유물로 치부될 수는 없는 일이다.
처음의 농담으로 다시 돌아가, 나는 어렸을 때부터 '군대에서 축구하는' 모습에 적잖이 익숙했었다. 내가 살았던 작은 바닷가 마을에는 해안선을 지키는 군부대들이 꽤 많았는데, 그들은 수업이 없는 주말이면 종종 내가 다니던 학교의 운동장을 빌어 축구경기를 벌였다. 부모님이 분교의 교사로 부임하여 학교 관사에서 살던 나는, 그들의 '군대 축구'를 구경하며 심심치 않은 주말의 한때를 보내곤 했다.
유니폼도 따로 없이 한쪽 편이 웃통을 벗어 젖히고, 바닷바람과 햇볕에 그을린 알몸뚱이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땀을 뻘뻘 흘리며 공을 따라 쫓는 젊은 그들을 아득한 눈으로 바라보곤 했다. 함성이 울리고, 골이 터지고, 어설픈골 세리모니에 한바탕 웃어 젖히는 모습들…. 그것은 내 외로운 유년의 한때를 활기 있게 만들어준 아름다운 한 장면이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경기에서 진 부대가 어두워질 때까지 운동장을 뺑뺑이돌며 기합을 받던 일, 가끔씩 군인 아저씨들이 건네주던 바삭한 군대 건빵 속의 달콤한 별사탕까지. 나는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를 즐겁게 추억한다. /김별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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