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강한 달러를 원하지만, 엔 약세가 일본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폴 오닐 미 재무장관). “환율은 펀더멘털을 반영해야하며 급격한 환율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미조구치 젬베이 일본 재무성 국제금융국장). “엔화 가치 하락세는 위안화 절하 압력으로 작용한다”(다이 지앙롱 중국 중앙은행 총재).22일 미.일 재무장관의 도쿄회담을 전후해 연초 이래 한동안 잠잠했던 엔화 가치가 달러당 135엔대에 육박하는 등 또다시 급락하면서 향후 엔저추세를 좌우할 미.중.일 3국의 속내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수주 내에 엔화 가치가 달러 당 140엔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무게를 얻고 있다. 그러나 3국의 최근 입장과 경제여건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엔화 가치가 속락하더라도 당분간은 달러당 135엔에서 저항선이형성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미국
폴 오닐 미 재무장관은22일 미.일 재무장관회담을마치고 “미국은언제나 처럼 강한 달러(약한 엔화)를 지지한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엔화가 급락하자 23일에는 자신이엔저 용인을 시사했다고 전한 시오카와 일본 재무장관의 발언을 부인하며 “엔저 용인을 시사한 바 없다”고 이례적인 해명을 내놓았다. 오닐 장관의이 같은 이중적인 태도는 엔저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고스란히 반영한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미국은 수출 촉진으로경기침체를 일부 만회하고,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일본의 엔저 유도 정책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다. 무엇보다도 3월 결산 및 예금부분보장제시행을 앞두고 일본 금융 및 기업의 위기 현실화는 곧바로 일본에 대한 미국 투자자의 막대한 손해로 이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반면, 방일에앞서 GM 등 미국 자동차 업계 대표들의 엔저 반대 입장이 오닐 장관에게 전달되는 등 미국 내 제조업 부문의 반발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따라서 달러당 140엔을 용인할 지 여부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일본의 3월 결산 이후에 가시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일본
일본 내부에서도금융당국과 정책당국 간에 엔저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4일 하야미 일본은행 총재는 “엔화의 지나친 약세는 일본에 대한 외국인 투자의증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발언을 통해 우려감을 표명했다. 반면, 재무 당국자들은 애써 엔화 하락의 구두개입을 계속해오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이상헌 국제국장은 “현재 일본 내에는 엔저에 따른 긍정효과와 부정효과가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엔화 가치가 달러당 140엔까지 급속히 하락할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국장에 따르면긍정효과는 3월 결산을 앞두고 일본 기업들의 해외 수익금이 본국으로 유입되는 측면을 감안할 때는 엔저가 기업 수익성을 제고하는 효과로 이어진다는분석이다. 반면, 시장에서는 엔화가 추후 140엔대까지 육박할 경우 ‘3월 위기설’과 맞물려 일본 내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가면서 일본금융시장에 돌이킬 수 없는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 당국 역시 135엔대의 조정을 염두에 둘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중국
최근 엔저가 촉발된 지난해 12월7일 직후부터 엔저에강력 반발한 중국은 최근 들어 금리인하 검토설을 흘리는 등 중.일간 통화전쟁에서 한 걸음 물러난 듯한 모습이다. 매년 400억달러를 넘는 외국직접 투자자금의 중국 유입 등을 감안할 때 위안화 절하라는 극단적 카드는 당분간 쓸 수 없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엔.달러 환율이 160엔대 이상이돼야 위안화 절하 카드가 본격 검토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대신 선택한카드는 최근 6%대인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내 구조조정 및 부실 정리 등을 감안할 때 인하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따라서 중국 역시 당분간은 엔저에 대해 관망하는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