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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硏 세시풍속 30년만에 재정리 "이것이 한국인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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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硏 세시풍속 30년만에 재정리 "이것이 한국인의 삶이다"

입력
2002.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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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정월 보름이면 두더지의 주둥이와 꼬리, 다리 모양을 빚어 만든 ‘두더지만두’를 먹는다. 밭농사에 피해를 주는 두더지가 없도록 기원하면서…’(경기 동두천시 동안동내안흥리). “"2월 초하루 여자가 이웃집을 찾으면 가축이 제대로 자라지 않고 쟁기도 망가져 버린다. 지금도 2월 초하루에는 남의 집 출입을 절대로안 한다”(강원 정선군 남면 무릉3리 증산마을).

“5월 단오 무렵이면 이른 아침 상추 잎에 맺힌 이슬을 받아 그 물로 분을 바른다. 버짐도 예방되고고운 피부를 유지할 수 있다”(충북 영동군 영동읍 당곡리).

“백중(음력 7월 보름) 때면 말과 소를 부리는 집들이 들에 나가 깨끗한 곳을 정하여 공동으로 제사를 지낸다. 산에서 죽은 목동들을 위로하고, 잃어버린 말과 소를 찾게 해달라는 기원이다”(제주 남제주군 대정읍 구억리).

세시풍속은 마을마다 지방마다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조상들의 지혜와 생활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우리 전통 민속문화의 정수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조유전)는 최근 급격히 사라지고 있는 각 지역의 세시풍속을 정리한 방대한 양의 조사보고서를 4권으로 펴냈다.

분야별 민속 종합조사 작업의 첫번째 성과물이다.

이번에 나온 보고서는경기, 강원, 충북, 제주 등 4개 지역 65개 시ㆍ군 195개 마을의 현장조사 결과를 담고 있다.

연구소는 경북, 전북, 충남 등 나머지 지방에 대한 보고서도 내년 말까지 발간할 계획이다.

연구소 관계자들은1968년 이후 30여년 만에 새로 시도하는 세시풍속 정리작업을 ‘마지막 기록’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진행하고 있다.

전통 민속문화를 기억하고 있는마지막 세대가 사라지면 세시풍속도 대부분 멸실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작업은 전문조사원 30여 명이 각 마을을 그야말로 ‘저인망식’으로 훑으면서 70, 80대 노인들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했다.

보고서는 방문한 마을의 개관과 함께 조사한 세시풍속을 월별로 자세히 정리하고 특이한 풍속이나 세시풍속 관련 고문서 자료는 별도로 소개했다.

조사항목만도 의례, 속신(俗信), 놀이, 세시풍속 관련 음식 등 100여 개에 이른다.

연구소는 특히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민간신앙, 의식주, 방언 등에 대한 조사연구도 추진할 계획이다.

연구소는 또 이렇게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전통문화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분야별 민속지도와 민속사전도 편찬할 계획이다.

관련 자료는 연구소 홈페이지(www.nricp.go.kr)에 올려 공개할 방침이다.

박상국 예능민속연구실장은 “모든 연구자가 이번이 소중한 우리 민속문화를 기록ㆍ보존하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현장조사에 임하고 있다”며 “당분간 북한 지역을 포함시킬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철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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