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 회사들이 미 에너지그룹 엔론사의 파산을 계기로 ‘뒷북 신용 평가’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에 나서고 있다.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AWSJ)은 23일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 푸어스(S&P)가 향후 기업에 대한 신용 평가 등급을 보다 빠르게 조정하기 위한 일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두 회사의 엔론사에 대한 신용평가 등급 하락 발표가 너무 늦게 나와 열악한 회사 재정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는 비난이 고조되고 있는 데 따른 자구책의 일환이다. 두 회사는 엔론사가 파산을 신청하기 5일전까지도 투자적격 등급을 유지했었다.
이에 따라 무디스는 향후 평가 등급의 상향 및 하향 조정을 보다 빈번하게 하고 등급 판정을 위한 검토 기간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몇 년간에 걸친 장기적 등급 전망을 나타내는 ‘전망(outlooks)’등급을 아예 삭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무디스의 크리스토퍼 마호니 등급평가위원장은“아직 확정된 안은 없지만 조만간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P도 신용 등급 조정을 앞당기기 위한 대책을 마련중이다. 클리포드그리프 S&P 수석 평가위원은 “등급 발표의 적시성(適時性) 문제는 비단 엔론사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대개 한번 발표 때마다 등급을 한단계씩 조정했던 관행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미 무디스는 지난해 말 미란트사의 등급을 한번에 두 단계낮춰 ‘정크 본드’판정을 내림으로써 공격적인 신용 평가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무디스는 지난해 12월14일까지 투자 적격이었던 K 마트의 신용등급을 일주일 사이에 무려 5단계나 하향 조정,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김승일 기자
ksi810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