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60)씨가 보물선사업에 깊숙이 관여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퇴출된 부실은행 부장에서 현 정권 들어 예금보험공사 전무로 초고속 승진한 배경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이씨는 1969년 옛 상업은행에 입사한 후 30여년간 금융기관에서 일해왔다. 서울신탁은행을 거쳐 89년 동화은행 창립 멤버로 참여해 일선 지점장과 영업1본부장(부장급)을지냈다.
그러나 현 정권이 출범하면서 이씨의 ‘명함’은 격이 크게 달라진다. 98년 2월 그는 임원(이사대우)으로 승진했고, 은행 안팎에서는 “대통령 처조카라는후광 때문” “고참 부장이었던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등 뒷말이 많았다.
이씨는 동화은행 영업1본부장 재직 시절인 97년 10월 여당이던 신한국당이 대선을 앞두고 ‘DJ 비자금’을 폭로하면서 실질적인 비자금 관리인이라고 지목,여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국민회의 총재직을 맡고 있던 김 대통령은 당시 “정치자금을 맡긴 적이 있지만, 금융실명제 이전 야당을 이끄는데 도움이될 정도의 금액이었다”고 밝혔다.
99년 1월에는 부실은행 이사대우에서 사실상의 은행감독권을 갖고 금융구조조정의 일익을 맡았던 예금보험공사 전무로 전격 발탁돼 또 한번 구설수에 올랐다. 당시 금융권 일각에서는 “적임자는 아니다”라며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대통령 처조카라는 이유로 ‘금융계 막후실세’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이씨는 금융계에서 “합리적이고 수더분한 인물”로 평가 받아 왔다. 그를 잘 아는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업무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것 같지는 않지만 배경을 내세우거나 거들먹거리지는 않았다”며 “그가 보물선 사업에 개입했다는 사실은 다소 의외”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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