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주의'와 '반미주의'라는 말이 어느 때보다 많이 쓰이고 있다. 언론, 인터넷사이트, 일부 시민단체에서 뿐만이 아니다. 평범한 시민의 입에까지 오르내린다.미국에 대한 우리 태도를 드러내는 데 그 두 말만 쓰이는 일은 좀 이상하다.
미국에 이어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일본에 대한 우리태도를 표현하는 말은 친일, 반일 외에도 많다. 일본을 알자는 지일(知日), 극복하자는 극일(克日) 등. 미국을 알자, 극복하자는 움직임은 부족하다는 반영은 아닐까 싶다.
반미주의가 우리사회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진단이 있다.
그래서 반미주의가 왜 문제인가 해석되기도 한다. 그와는 반대로, 성조기를 불태우는 시위가 있었던 80년대 말에비하여 한국의 반미주의가 줄었다는 보고도 있다.
아르헨티나 일본 러시아 등에서의 반미주의를 확인하고 "그들은 왜 미국을 싫어하는가?"를 쓴 뉴욕타임스의한 컬럼 보고이다(www.nytimes.com/2002/01/15/opnion/15KRIS.html).
9ㆍ11 미국테러 이후 미 정부와 언론은 각국에서 확산 중인 반미주의를 경계하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일반 국민들 조차 미국이 세계의 경찰이라고 뽐내는 것, 전세계의 석유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하는 데 그들은 놀란다.
미국이 맥도널드 햄버거, 마이크로소프트, 줄리아 로버츠로 다른 나라를 경제에서 문화에서 무장해제 시킨다는 불평에 당황도 한다.
미 정부가 최근 '대중외교(public diplomacy)'를 소리 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사회에서 반미주의가 퍼지는 중인가, 아닌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분명한 점은 있다. '반미'라는 말이 최근에는 서슴없이 쓰이고 개혁파, 진보파, 지식인임을 자처하는 이들 중 일부가 반미주의자임을 자부심에 차서 표명한다는 것이다.
현정부집권 이전만 해도 우리사회에서 "나는 좌파다"라는 주장은 커녕 "나는 진보파다"라고 주장하는 이도 드물었다.
좌와 우의 개념을 만들어낸 프랑스에서야 좌는 좋은 것으로 진보와 발전의 상징, 우는 나쁜 것으로 보수와 정체의 상징으로 치부됐지만 우리사회에서는 좌는 국가전복을 꾀하는 세력으로 의심되어 왔다.
진보파가 눈치 보며 중도를 표방하던 일은 불행이다.
그런데 오늘 일부 지식인은 반미를 무조건 선(善)으로들고 나오고, 극단적 보수주의자들은 "우리정부는 미 테러 후 잽싸게 미국편에 붙었어야 한다"는 식으로 친미를 고수하는 일도 참 걱정스럽다. 대상을 내 편, 네 편 둘로만 가르는 이치적 사고는 다치적 사고의 전단계이다.
박금자 편집위원
parkj@h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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