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한국대표팀의 보스(Boss)다.”지난해 11월 서울월드컵경기장 개장기념 크로아티아전서 2_0으로 승리한 뒤 히딩크감독은 송종국(23ㆍ부산)을 이렇게 극찬했다. 히딩크 감독은 당시 중앙수비수로 나서 무실점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던 그를 ‘주 포지션인 윙백은 물론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도 창조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20일 미국과의 골드컵 1차전서 송종국은 역시 2002 월드컵의 최고 기대주임을 입증했다. 전반38분 그가 터뜨린 통렬한 30m 오른발 중거리슛은 홍명보(33ㆍ포항)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1994년 미국월드컵 독일전에서10년 선배 홍명보가 날린 중거리슛보다 더욱 빠르고 정확한 골이었다. 그의 골을 ‘레이저샷’이라고 표현한 미국의 TV 해설자는 “한국에 저렇게 무시무시한 중거리 슈터가 있는 지 몰랐다”고 감탄했다.
송종국은 최진철의 퇴장 이후에는 유상철과 함께 중앙수비수로 나서 자기 역할을 다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윙백을 포함, 3가지 포지션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송종국은 월드컵서 한국팀 전술의 핵으로 자리를 굳힌 것이다.
175㎝,71㎏의 평범한 체격에도 고속성장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빠른 스피드와 두뇌플레이 덕분이다. 그는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11월의 선수’로선정되는 등 아시아 무대에서도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좀더 넓은시야와 정교한 패싱력을 갖춘다면 유럽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
송종국은 24일 쿠바전에서 또 한번 변신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이 오른쪽 측면공격수로 기용할 것을 암시했기 때문이다. 송종국의 장기인 측면돌파를 한껏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송종국이 공격수로 기용된다면 ‘전방위플레이어’유상철에 이어 한국대표팀에서는 전 포지션을 소화해본 두번째 선수가 탄생하게 된다.
그의 가장 큰 흠이라면 지나치게 성실하고 차분하다는 것. ‘경이적인 골을 넣었음에도 골 세레모니가 너무 얌전해 상대팀에게 위축감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 히딩크 감독의 불만이다. “허벅지 근육통으로 이틀을 쉰 뒤 경기에 나서 걱정이 많았지만 골까지 잡게 될 줄은 몰랐다”는 그는 독실한 기독교인답게 21일 모처럼 맞은 자유시간에도 최태욱 이영표와 함께 숙소 근처의 교회를 찾았다.월드컵 본선에서도 대포알 같은 골을 넣게 해달라는 간절한 바람이 생겼기 때문일까.
이준택기자
nag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