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운동 한다고 이혼 안 하나요? 이혼한 사람들은 그 말 들으면 다 웃어요.”재혼식에 관한 취재를 하면서 우연히 한 결혼정보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이혼반대 서명운동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에 관한 질문을 받은 상대(이혼 경력이 있는)는 잠시 웃고나서 이렇게 답했지요.
하루에 이혼하는 커플 수가 결혼하는 커플 수의 3분의 1에 해당한다는 통계 자료가 나온 지도 꽤 됐습니다.
이 수치는 대부분 우리 가정이 얼마나 ‘콩가루’가 됐는지 반증하는 자료로 자주 인용되고 있고, 한 남성 이혼자는 ‘이혼은 해방이 아닌 불행의 늪’이라고 이혼을 극구 말리는 책도 발간했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보편적인 진리인양 ‘이혼하면 후회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들고 나온 사람들도 ‘이혼’ 자체보다는 ‘이혼이 몰고 오는 상황’을 이혼하지 말아야할 이유로 꼽는 현실입니다.
작년에 이혼한 제 지인은 순전히 이혼했다는 이유 때문에 명절에도 고향에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또 이혼에 관한 취재를 할라치면 10명 중 9명은 “무슨 자랑이라고…” 하면서 취재를 꺼립니다.
이혼 후 딸 아이와 함께 생활하는 한 취재원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혼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아이 생각해서 좀참으시지 그러셨어요’라고 이야기를 해요. 그런데 저는 그 말이 너무 싫어요. 그냥 ‘네, 그러셨군요’라고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과연 이혼율이 높아질수록 그 사회가 더 불행해졌다고 볼 수 있을까요?
마음이 맞지 않은 사람과 참고 참아 가며 ‘결혼생활’만은 유지하던 옛 시절에 비해 오히려 ‘행복지수’가 높아졌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혼의 가장큰 걸림돌로 조사됐던 ‘여성의 경제능력’도 어느 정도 상승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죠.
결혼이 행복찾기라면 이혼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혼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이 이들의 힘든 행복찾기 노력에 결국 불행이라는 굴레를 씌워버리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혼반대 서명운동을 결혼반대 서명운동만큼 어이없게 받아들이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요?
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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