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약 개발 경쟁이 점점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지난 해 ‘선플라’(SK제약), ‘밀리칸주’(동화약품), ‘이지에프’(대웅제약), ‘큐록신정’(중외제약) 등이 출시 허가를 받으며 우리나라 ‘신약 개발의 원년’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에도 신약 출시가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다.
신약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는 제품은 이미 해외 임상시험에 들어간 LGCI의 퀴놀론계 항생제를 비롯, 삼진제약의 에이즈치료제 등.
현재 국내 제약사들은 상대적으로 개발가능성이 높고, 국내시장 장악력이 큰 항생제,항궤양제, 심장순환기계 치료제 등 ‘틈새품목’에 신약개발을 집중하고 있어 기술개발에 집중 투자만 된다면 세계적인 제품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신약 개발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은 지난 해 국내 30대 제약 기업들이 매출액의 6%에 달하는2,400억원을 기술개발(R&D)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신약개발을 하지 못하면 살아 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으로 제약사들이 적극적으로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신약 연구 개발에 투자하는 금액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매출액의 10~25% 가량이지만 우리나라 제약사는 4~5% 밖에 되지 않는 실정”이라며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연구 개발에 나서지 않고는 향후 제약시장에서 도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기업이 수행 중인 주요 신약 프로젝트로는 동아제약의 위궤양치료제(임상3상)와 발기부전치료제(임상1상), 일양약품의 역류성 식도염치료제(임상2상), 부광약품의 간염치료제(임상2상), 종근당의 항암제(임상1상), 보령제약의 고혈압치료제(전임상), 삼진제약의 간염치료제와 항암제(전임상)가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LGCI가 개발한 ‘팩티브’는 퀴놀론계 항생제로, 피부 발진 부작용이 젊은 여성 복용자들에게 특히 많이 나타난다는 점과 일부 독성 때문에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이 지연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공동개발에 나섰던 다국적 제약회사 GSK사가 해외에서 피부 발진에대한 확대 임상을 실시하고, 데이터를 최종 분석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머지않아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진제약은 유럽연합(EU)의 유력 제약회사와 최근 자사 항암제인 SJ-3902의 기술수출을 협의하고 있어, 올 상반기 중에 성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삼진제약은 또 에이즈 치료제인 SJ-3369를 미국의 임상 전문 기관인 SRI에 맡겨 추가적인 보완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광약품도 B형 간염치료제 ‘L_FMAU’의 2상 임상시험을 진행중이다.
이미 캐나다와 프랑스에서 실시한 저농도 임상 시험에서 바이러스균을 죽이는 효과가 좋게 나타났다.
이외에도 많은 제약사들이 천연물 신약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제약이 천연물 신약 1호인 관절염치료제 ‘조인스’정을 개발한 데 이어 동아제약이 애엽(약쑥)에서 추출한 궤양치료제가 임상 3상단계에 들어가 시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종근당은 최근 서울대 천연물과학연구소, 서강대, 경상대 등이 공동 개발한 패혈증 치료제에 대한 임상계약을 앞두고있으며 제일약품은 서울대 의대와 함께 치매 치료제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대기업들도 ‘바이오’ 사업을 새해 전략사업 중 하나로 정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
바이오 사업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SK는 올해 계열사 차원에서 2,000억~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SK는 한국 대덕, 미국 뉴저지, 중국 상하이(上海) 등 3국을 연결하는 신약 R&D 기반을 구축한다는 구상도 세워놓고 있다.
제일제당은 지난해 12월 서울대 약대 김상건 교수, ㈜팬제노믹스와 간경화치료제(물질명 PT-1)를 공동 개발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 올 하반기에 임상시험 허가를 대비해 준비중이다.
두산도 미생물대사공학, 발효공학, 정밀화학 및 고순도 지질 분리정제기술 등 각 분야의 핵심기술이 융합된 첨단의 복합기술을 활용한 바이오산업에 적극 진출할 예정이다.
두산은 특히 ㈜두산바이오텍을 통해 아토피성 피부질환 치료제인 ‘케어닉’을 개발해 종근당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이밖에 LG, 동부그룹 등이 생명과학 및 공학 사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강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여재천 기획조정부장은 “신약은 매출액 가운데 최소 20~30%의 순이익을 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기 때문에 정부는 신약 개발을 위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동화약품 ‘밀리칸주’
동화약품(대표이사 황규언)이 개발한 간암 치료제 ‘밀리칸주’는 세계 최초로 개발된 획기적인 간암치료제이다.
그동안 간암 치료의 확실한 방법은 절제술로 알려져 있지만 이 수술로는 인한 입원 및 사회생활로 복귀에 장기간이 필요하고, 수술에 부담있는 노년층과 간기능이 저하돼 있는 말기 환자에게는 수술을 시행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밀리칸주는 단 1회의 주사로 암세포를짧은 시간 내에 괴사시킬 수 있고 주변 정상조직을 파괴하는 부작용을 안고 있는 기존 방사성 암 치료의 단점을 최소화했다.
또한 투약 다음날에도 퇴원이 가능하다.
밀리칸주는 방사선 동위원소인 166홀뮴에 키토산을 결합시킨 착화합물로 1995년부터 43억원을 투자해 한국원자력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됐다.
밀리칸주는 1997년부터 4년 동안 세브란스병원 강남성모병원 등 4개 병원에서 초기 간암환자 63명에게 실시한 2상 임상시험 결과 77.7%의 유효율을 보였다.
동화약품은 국내에서 연간 1만 여명이 발병하는 간암 환자 가운데 10% 가량이 밀리칸주를 적용시킬 있는 대상환자로 파악, 연간 최대 50억원이상 판매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중국, 일본, 동남아, 유럽 등에도 기술수출이 이루어질 경우 1,000만달러 이상의 기술 수출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제약 ‘선플라’
SK제약(대표이사 김성수)의 ‘선플라’는 국내 최초의 신약 제3세대 백금착제 항암제로 국내 위암 치료제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1999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은 선플라는 백금착제 항암제로 같은 계열의 제1세대인 시스플라틴의 높은 부작용을 줄이고 제2세대인 카보플라틴의 낮은 항암 효과를 보완하고 있다.
선플라는 일반 항암제에서 보이는 면역기능을 떨어뜨리는 혈액학적 부작용과 신장 부작용을 비롯해 심한 구토 및 탈모 등의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임으로써 항암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으로 인한 고통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게 했다.
가격면에서도 병원내 처방의 경우 보험약가 기준 1회 투약경비가 60만원 대(본인 부담 기준 13만원 대)로, 환자 부담액을 크게 줄였다. 일반 항암제의 1회 투여경비는 200만원선.
선플라는 현재 서울대병원, 삼성의료원, 서울중앙병원, 강남성모병원 등 주요 병원은 물론 100여 주요 종합병원에 공급되고 있다.
선플라는 현재 연간 130억원에 이르는 국내 위암치료제 시장에서 25%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진행 중인 간암, 두경부암등에 대한 적응증이 확대될 경우 매출액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선플라는 2002년도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 사회과목의 ‘세계로 뻗어가는 우리 경제’부분에 ‘우리나라 최초의 신약’으로 게재됐다.
■중외제약 ‘큐록신정’
중외제약(대표이사 이경하)에서 개발한 퀴놀론계 항균제인 ‘큐록신정’은 국내 최초로 3상 임상시험을 거친 신약이다.
큐록신 정은 서울대병원, 서울중앙병원, 삼성서울병원, 중앙대 부속 용산병원 등 11개 종합병원에서 요로감염증환자 500여명을 대상으로 제3상 임상시험을 실시한 결과, 83.9%의 유효율을 나타냈고 특히 감수성균에 대한 유효율은 96.6%로 높은 치료효과를 나타냈다.
이 제품은 특히 국내 임상에서는 처음으로 임상시험의 국제적 기준인 ICH가이드라인을 준수함으로써 국내 임상시험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데 기여했다.
큐록신 정은 임상시험 결과 단순 요로감염증에 대해 90%이상의 유효성을 나타내 기존 약제와 동등한 세균학적 유효율을 보였고, 안전성 측면에서는 선진국 퀴놀론계 제품보다 더 나은 약효와 안정성이 입증됐다.
특히 요로감염증과 급성 방광염의 경우 종전에 주로사용됐던 암피실린, 박크림 등은 한국인에게 50% 이상의 내성률을 보이는 반면, 큐록신 정은 낮은 내성률을 나타냈다.
임상을 담당한 서울대 비뇨기과 백재승 교수는 “대부분의 단순 요로감염증 환자들이 질환 개선효과를 보았으며, 다른 약을 사용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도 없다”고 말했다.
큐록신정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모두 14개국에서 물질특허를 얻었다.
■대웅제약 ‘이지에프’
대웅제약(대표이사 윤재승)의 ‘이지에프’는 그동안 마땅한 치료제가 없었던 3만 여명에 이르는 국내 당뇨성 족부궤양 환자들에게‘구세주’이다.
이지에프가 당뇨병 합병증으로 상처난 발이 썩어 들어가 10명 중 8명은 발을 절단해야 했던 당뇨성 족부궤양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 주었다.
주성분인 상피세포성장인자(EGF)는 사람 몸 속에 존재하는 피부 등에 상처가 나면 혈액ㆍ땀ㆍ침 등을 통해 공급돼 흉터없이 상처를 아물게 하는 단백질이다.
그런데 당뇨병 환자는 혈류장애로 EGF가 궤양부위에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족부궤양을 치료하기 힘들었다.
대웅제약이 개발한 이지에프는 상처부위 피부의 세포분열을 촉진해 새 살을 빨리 돋아나게 하고, 난치성 피부궤양에 모세혈관을 만들어 주는 작용을 한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서울중앙병원, 강남성모병원, 경희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상계백병원 등에서 당뇨성 족부궤양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상 임상시험에서 12주만에 72.5%의 완치율을 보였다.
대웅제약은 이지에프의 생산으로 연간 1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뿐만 아니라 향후 3년간 모두 5억 달러어치를 기술 수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제에프는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12개에서 특허를 획득하거나 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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