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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아름다운 서울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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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아름다운 서울을 위하여

입력
2002.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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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의 해다.1988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던 그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고있다.

88년 유행했던 가수 조용필의 노래 '서울 서울 서울'이 TV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기도 한다.

2002년 월드컵엔 88년 올림픽보다 훨씬 많은 관광객이 방문할 것이다. 한국은 이미 이 관광객을 먹이고, 재우고, 즐겁게 맞이하기 위한 '전시동원체제'에 돌입해 있다.

특히 서울시는 관광객의 대부분을 책임져야하는 입장에 있다.

시는 외국인 관광객의 불편을 염려해 제반사항을 재차 확인하고 점검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저렴한 숙박시설이 충분히 제공될수 있는지, 외국인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제공할 수 있는지, 충분한 관광거리와 쇼핑거리가 제공되는지 등등.

고건 서울시장은 은연중에 발발할 수있는 모든 사고와 불편을 우려해 한국 거주 외국인에게 편의시설의 개선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을 구하고 있다.

20년 넘게 한국에서 살고있는 외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서울의 아름다움에 대해 '노래'하는 것을 좋아한다.

침실과 거실의 창에서 한강과 관악산의 풍경을 볼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 주말이면 오르는 남산의 정상에 가기까지 쉬엄쉬엄 서울의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사방이 낮은 언덕과 구릉에 둘러 싸여 한 가운데 잔잔한 강물을 드리우고있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지리적 여건은 한 나라의 수도로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이곳에 갓 도착한 사람이라면, 더구나 한국을 처음 방문한 사람이라면 어떨까.

일단 꽉 막힌 도로와 넘치는 택시ㆍ버스에 대한 첫 인상이 좋지않을 것이다. 과다하게 흘러 넘치는거리 간판은 난잡하다.

흉물스런 건물, 황폐한 콘크리트 전주에 헝클어져있는 전선은 외국인에게 공포감을 줄 수 있다.

도로는 차 혹은 보행자, 아니 이들 모두에 적개심을 가지고 설계된 것 같은 인상이 든다.

물론 성장과 진보에는 어두운 면 과밝은 면이 공존한다.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어두운 면은 급속한 한국 경제성장의 결과물인 경우가 많다.

아쉽게도 이러한 결점은 몇 달 안에 금새 수정되고 정정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도시계획적 측면에서 볼 때 한 도시가 이토록 어지럽고 난잡하게 성장하고 확대되었다는 것은 건축학적, 환경공학적 고려가 전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이들 거대한 인구가 일하고 여행하고 여가를 즐기는 시간에 과연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 총체적인 관찰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만일 한국과 서울시가 월드컵이라는 일회적인 행사를 치르는것이 목적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려 한다면 외국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

한강부터 변화를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한강은 서울 올림픽을 치르면서 근본적으로 변화했다. 구불구불하고 변덕스럽던 흙탕물이 지금은 강둑에 공원과 체육시설을 갖춘 넓고 맑은 강으로 변모했다.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두 번째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 파리, 헝가리 부다페스트,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등지를 보라.

이들도시는 강에 인접해 있다는 여건을 충분히 활용해 강 주변에 아름답고 낭만적인 식당가, 아름다운 산책로를 마련해 놓고 있다.

물론 강 위의 유람선이나 수상스키도 지나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한다.

한국은 빠른 변화가 가능한 나라다. 월드컵 경기장과 같은 아름다운 건축물도 뚝딱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국가 정책적 동원력도 대단한 것 같다.

2010년까지 서울을 진정으로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자는 목표를 설정하고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계획으로만 끝나서는 안되겠지만.

/알란 팀블릭 영국인 전 마스터카드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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