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륜(沈在淪ㆍ58ㆍ사시7회) 전 부산고검장의 퇴임사가 검찰 내부에서 큰 파문을 낳고 있다.심 전고검장은 지난 18일의 퇴임식에서 “검란(檢亂)의 책임자는 정부 최고책임자”라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비판한 뒤 “후배들은 권력 주변에 줄을서지말고 정의의 칼을 써달라”고 당부했다.
심 전 고검장은 이미 1999년 대전 법조비리 사건의 와중에 김태정(金泰政) 당시 검찰총장 등 수뇌부에대해 “검찰을 정치권력의 시녀로 만든 채 후배의 희생만 요구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이후 소장검사를 중심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개혁인사를 통한 편파성 해소’를 골자로 한 연판장이 돌면서 이른바 ‘항명파동’이라는 검찰 초유의 사태를 촉발한 적이 있었다.
퇴임사를 접한 검사들 대부분은 “당연히 할 말을 했다”고 지지를 보내면서 심 전 고검장의 ‘쓴 소리’가 후속인사에 반영되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99년처럼 조직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항명파동에 동참했던 부산지검의 한 소장검사는 “퇴임식 참석자모두 마음 속으로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며 “검찰 때문에 정부가 피해를 봤다는 대통령의 말은 인사권자로서 국민과 검찰을 괴리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의 검찰청에서는 19일 언론에 퇴임식 기사가 보도되자 퇴임사 전문을 구하느라 부산한 모습을 보였으며 삼삼오오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대전지검에 근무하는 30대 초반의 검사는 “동기들을 통해 퇴임사를 입수했다”며 “이런 얘기를 사심 없이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용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권에 충성할 사람을 주변에 배치해놓고 이들의 잘못을 검찰 전체의 잘못으로 보는 것에절대 수긍할 수 없다”며 “이명재(李明載) 선배가 총장으로서 할 수 없는 말을 심 선배가 대신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검찰 간부들도 대체로 심 전 고검장의 퇴임사 취지에 공감을 표시했다.
서울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시종검찰과 최고통수권자에게 비판적인 글이었지만 역시 심 고검장다운 퇴임사였다”며 “틀린 말은 아니지 않느냐는 게 주변의 중론”이라고 지지했다.
하지만 일부 간부들로부터는 ‘퇴임사가 검찰 조직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감지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조직에 대한 비판은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내용이 많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물러나는 마당에 대통령까지 들먹이며 비난한 것은 검찰을 오히려 곤란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곤혹스러워 했다.
대검의 한 간부도 “새로운 총장체제가 출범한 마당에 이제는 누구를 비판하기보다는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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