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속의 태풍.’ 현투증권 등 현대 금융 3사에 대한 정부와 AIG간 협상 결렬 소식이 전해진 18일 금융시장은예상외로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하지만 불씨를 계속 안고 가게 됐다는 점에서 시장의 불안감은 한층 높아졌다. 특히 전문가들과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는 “다른 구조조정 현안에까지 불길이 번지지 않을까”하는 조바심과 “악재임은 분명하지만 현재 상태에서는 충분히 소화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엇갈렸다.
■덤덤한 증시
매각협상 결렬 소식에도 불구하고 이날 증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시장이 안 좋을때 같으면 '대형 악재'로 받아들여졌을 법 한데,종합주가지수는 5.03포인트(0.07%)하락한 708.47로 마감,평소 등락폭에 비해서도 둔감하게 움직였다.
협상과 직접 관련이 있는 현대관련 종목이 일부 하락했지만,현대증권을 제외하고는 낙폭이 크지 않았다.현대증권은 협상 결렬에 따른 실망 매물이 쏟아져 12.20%(1,500원)떨어진 1만800원을 기록했고,현대상선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관련주들은 2%안팍의 하락에 그쳤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매각이 완전히 무산된게 아니고,제3자와 협상이 계속 추진될 것이고,구조조정 보다는 경기회복과 기업실적 호전이 주가를 이끌고 있기 때문에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잠복한 악재
정부와 AIG간 협상이 1년반 이상 진행되면서 한 걸음도 진전되지 못한 채 결렬된 점을 감안할 때 새로운 협상이 재개되더라도똑 같은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대우자동차의 경우 70억달러를 제시한 포드와의 협상이 결렬된 뒤 GM과의 협상에서 매각 가격은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삼성경제연구소 최희갑 연구위원은 “새로운 협상에서도 동일한상황이 반복되거나 협상 조건이 더 나빠질 수 있다. 별다른 비전없이 해외 매각에 집착할 경우 시장 불안을 가중시킬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협상력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면서 하이닉스반도체, 대우자동차, 서울은행 등 다른 구조조정 현안 처리에도 차질이빚어지지 않을까라는 극단적인 불신마저 싹트고 있다. 현투증권 협상 결렬에 이어 다른 현안 처리마저 삐그덕거릴 경우 ‘구조조정 후퇴 → 불확실성 증대 → 금융 부실 확대 →국가 신인도 하락 → 외국인 자금 이탈’ 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다. 대우자동차 협상의 우발채무 문제, 하이닉스반도체 협상의 부채탕감 문제 등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나경제연구소 신동수 연구위원은 “기업구조조정에 브레이크가걸렸다는 점에서 다른 현안 처리에 대한 부담감도 커지고 있다”며 “정부는 명쾌하고 신속한 후속대책을 내놓는데 주력해야 불신을 그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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