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 컨소시엄의 현대투신 매각 협상이 결렬된 결정적 요인은 추가 손실에 대한 보전문제였다.추가손실 전액을 정부가 보증을 해달라는 AIG의 과도한 요구에 대해 정부가 “일부만 책임지겠다”고 팽팽히 맞서다 결국 파국에 이른 것이다.
이 결과 선진화ㆍ대형화를 위한 증권사 구조조정은 난관에 부딪히게 됐고, 회복기미를 보이던 거시경제도 부실금융기관 처리지연이라는 덫에서 당분간 헤어나지 못하게 됐다.
또 정부는 “헐값매각은 하지않는다는 원칙을 지켰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1년여 동안의 협상과정에서 양보만 거듭하해 작금의 상황을 자초하고 결국 협상을 포기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제값을 받고 팔건지, 빨리 매듭을 지을 것인지 전략조차 분명치 않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앞으로 해외 금융그룹 3곳과 다시 매각협상을 벌여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겠다고 장담하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 좌초 배경
정부와 AIG측은 “현대투신 우발채무에 대한 손실보전(Indemnification)을 놓고 막판 줄다리기를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해 결렬을 선언하게 됐다”고 밝혔다.
우발채무 손실보전은 예상치 못한 소송 등 계약서에 없었던 항목만 보상해주는 하자담보책임으로, 자산가치 하락시 그 차액까지 보상해주는 풋백옵션과는 다르다.
AIG측이 당초 풋백옵션 요구를 철회, 협상이 쉽게 성사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AIG측은 정부가 손실전액을 보전해 줘야한다는 입장을, 정부는 매각자가 아닌 공동투자자의 입장에서 전액 보전은 안된다는 주장을 고수, 결렬에 이르게 됐다.
이근영(李瑾榮) 금감위원장은 “결렬선언은 손해보는 매각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 정부책임론 부상
협상결렬이 AIG측의 무리한 요구때문인 것도 있지만, 정부 협상력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높다.
빨리 파는 것이 목적이라면 헐값매각 시비를 감수하고 과감하게 협상을 매듭지여야 했고, 제값받고 파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처음부터 협상원칙을 분명히 해 처리지연에 따른 비용을 낭비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원칙도 없이 질질 끌려 다니기만 하다가 결국 뒷통수를 맞은 꼴”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AIG측이 현대증권 신주인수가를 8,940원에서 7,000원으로깎아주지 않을 경우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할 때도 처음에는 수용할 수 없다던 정부는 보름만에 두손을 들고 말았다.
결국 매각은 실패로 돌아가고 정부협상력의 한계만 노출, 국가 신인도 하락은 물론 대우차 등의 매각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향후전망
현대 금융계열 3사(현대증권, 현투증권, 현투운용) 모두 해외에 매각한다는 정부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현재 정부에 현대투신인수의사를 밝힌 곳은 AIG컨소시엄의 한 축이었던 윌버로스투자회사 등 3개 해외금융그룹.
AIG컨소시엄내 50%정도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이 회사는 리만브러더스를 주간사로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두곳은 미국의 유수한 금융그룹 정도라고만 알려졌는데, 이중 한 곳은 올해초 인수의향서(LOI)를 이미 보내왔고, 나머지 한곳도 준비중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그동안 실사과정에서 광범위한 정보가 축적된 데다,AIG컨소시엄과 맺었던 양해각서(MOU)를 토대로 협상을 진행하면 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사를 다시 해야하고 인수조건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갈 길이 멀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투 매각 일지▼
▦2000.6 현투증권ㆍAIG 1차MOU 체결
▦2000.8 현투증권ㆍAIG 2차MOU 체결
▦2000.12 현투증권ㆍAIG 협상 결렬
▦2001.1 AIG, 정부와의 공동출자제의
▦2001.8 정부ㆍAIG컨소시엄공동출자 MOU 체결(AIG 1조1,000억원, 정부 9,000억원)
▦2001.9 현대증권 신주발행가8,940원에서 7,000원으로 하향조정
▦2001.12 정부ㆍAIG 본계약 최종안 전달
▦2002.1 정부ㆍAIG, 매각협상결렬
유병률기자
bryu@hk.co.kr
■이근영 금감위원장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은 18일 “AIG컨소시엄에서 AIG만 불참하기로 결정했을 뿐”이라며“컨소시엄의 다른 한 축인 윌버 로스측이 다른 파트너를 찾아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AIG의 갑작스러운 협상결렬 발표의 배경에 대해 그는 “우리측이 제시한 인뎀니피케이션(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았으나 인수 후 발생되는 추가부실 항목에 대한 책임문제) 관련 절충안을 놓고, 부정적인 입장인 AIG와 이를 받아 들이려는 윌버 로스측과의 알력 등 내부 문제가 갑자기 불거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AIG 이외의 대안에 대해 “미국에서 이름 높은 금융그룹이 최근 LOI(인수의향서)를 보내왔고, 다른 한 곳도 LOI를 작성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윌버 로스 주도 컨소시엄▦현재 LOI전달한 투자자 ▦LOI 작성 중인 투자자 가운데 어느 곳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할 지에 대해서는 “윌버 로스가 다른 투자자를 찾을지 여부를 지켜 본 후 결정하겠다”며 대답을 미뤘다.
한편 현투증권의 국내 매각 ?У뗌? 생존 방안에 대해 그는 “가급적 해외 매각하는 것이 목표”라고 잘랐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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