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주자인 정동영 의원이 청와대 집무실 폐지론을 들고 나왔다.이유는 공간의 폐쇄성으로 대통령이 이곳에 들어가면서 모든 것이 차단됐다는 것이다.
공간이 생각을 좌우한다는 그의 대통령집무실 이전론은 급기야 민주당의 다른 대선주자들로 하여금 반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선두 주자인 이인제 의원도 비슷한 견해를 제시했고, 나머지 주자들도 청와대 공간배치의 변화를 대안으로 내놓았다. 재미있는 논쟁이다.
■요즘 정치권의 큰 변화 중 하나가 제왕적 대통령을 막아야한다는 생각과 행동이다.
이미 민주당은 집단지도체제로 변화의 틀을 새로 짰다. 대통령은 평당원으로 오직 정치적 지도력을통해서만 당에 영향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
역시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이회창 총재도 안팎에서 만만찮은 변화의 도전을 받고 있다.
밖에서는 민주당의 변화가 무언의 압력이고, 안에서는 '제왕적 총재'라는 소리가 뜨겁다. 그가 마지못해 내놓은 대안은 대통령과 총재직의 분리이다.
■미국에서는 막강한 대통령을 빗대는 표현으로 제왕적 대통령(Imperial President) 또는 선출된 황제(Elected Emperor)라고 말하며, 그 대표적인 경우로 닉슨대통령의 권력행사 스타일이 꼽힌다. 미국의 대통령은 소위 공천권이 없다. 그런데 헌법과 전통으로 견제와 균형이 조화를 이루는 미국에서도 대통령의 힘은 미국의 국력과 더불어 눈덩이처럼 커 왔다.
국회의원 공천권과 제왕의 절대적 위엄을 곁들인 우리나라 대통령에게는 더더욱 맞는 표현이라 할 만하다.
■그러니 3김시대가 간다고 제왕적 대통령도 사라진다고 말할 수 없다.
대통령직 자체가 '하늘아래 두개의 태양이 있을 수 없다'는 왕권의 정서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통령선거운동이 수많은 참모와 자원을 총동원해야 하는 일종의 전쟁이고 보면, 대통령주변은 권력을 극대화하려는 참모들로 벽을 쌓게 마련이다.
올해 대통령선거 이슈로서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새로운 스타일의 리더십정립이 쟁점화하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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