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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대통령과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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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대통령과 검찰

입력
2002.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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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정부가 출범할 때 검찰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이 잘 해 주지 못해 정부가 큰 피해를 본 측면이 있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야당과 검찰 일부가 반발하고 있다.검찰의 위상이 이렇게 추락한 데는 대통령의 책임도 큰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통령도 검찰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검찰이 잇달아 불미스런 일에 연루되고, 수사의 공정성이 흔들리고, 검찰총장의 동생까지 로비의혹에 휩싸인 사태에 대해서 대통령은 당연히 화가 날 것이다.

그러나 과연 대통령에게 철두철미 검찰의 중립을 밀고 갈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하는 검사들은 대통령의 질책에 전적으로 승복하지 않을 것이다.

서로 유감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 논의가 "내탓이요" 로 가야지 "당신 탓이요" 로 흘러서는 안 된다.

대통령도 검찰도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면서 검찰을 바로 세우려고 노력해야 한다.

특히 대통령은 모든 책임을 떠 안겠다는 자세로 처음부터 무엇이 잘 못되었는지 곰곰 따져 봐야 한다.

이 정부가 출범한 후 3명의 검찰총장 중 2명, 5명의 법무장관 중 3명, 5명의 차관 중 3명이 호남출신 이었다.

장관과 총장 중 한명은 항상 호남 출신을 유지했다. 이런 인사는 검찰 장악 의도로 비춰지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임명 받은 당사자들이 임명권자의 의도를 지레 짐작하여 빗나간 충성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정권의 강점이 아니라 위험한 함정이 되기 쉽다.

나는 이 정권의 출범 초기에 호남중용의 인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폈다.

40여년 계속된 영남정권아래 심하게 차별 받아 온 호남 출신을 많이 등용하여 오랜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부터 위험한 분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형님, 동생, 선배, 후배 하는 특정 지역의 문화와 연줄로 서로 끌어주고 봐주고 덮어주는 분위기가 요소요소마다 확대되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의 지역감정은 같은 사안을 놓고 지역에 따라 흑이다, 백이다 라고 우길만큼 배타적인 성격이 강하다.

논리나 이성으로 설득하기는 어렵다. 오늘 김대중 대통령이 고전하고 있는 큰 이유는 레임덕 현상에 반호남 정서가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억울하고 슬프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통령 역시 너무 오랫동안 지역정서에 갇혀 있었던 게 아닌가 뒤 돌아 볼 필요가 있다.

한 지역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지도자는 한쪽으로 고정된 의견에 더 많이 접하게 되고, 결국 전체 민심과 동 떨어진 현실인식을 갖기 쉽다.

이른바 검란(儉亂)이 김영삼 김대중 정부에서 거듭 터지고 있는 것은 검찰이 중립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겪는 시련이다.

서슬 푸른 군사정부아래 무슨 검란이 가능했겠는가.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야당시절 정치탄압을 겪으며 검찰의위력을 깊이 경험했고, 검찰이 권력의 시녀가 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누구보다 많이 했다.

그러나 그들의 정부에서도 검찰은 권력의 시녀라는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것은 그들이 검찰을 독립시켜야 할 대상으로 보지않고 장악해야 할 대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동향사람에 집착했던 검찰인사에서 그들의 의도는 숨길 수없이 드러났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2년 기자회견을 사과로 시작했다. 그렇게 된 큰 이유중의 하나가 지역편중 인사였다는 것은 새로운 지적이 아니다.

아마도 그가 임명할 마지막 검찰총장이 될 이명재 총장은 영남 출신이다.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동향에 집착하지 않는 검찰 인사를 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검찰은 대통령의 인사에서 무언의 의지를 읽고, 검찰의 독립이 좀 더 빨라졌을 것이다.

신임 이명재 검찰총장은 "위대한 검사는 좋은 보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의에 대한 신념과 열정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그가 후배들을 '위대한 검사'로 북돋우는 총장이 되기 바란다. 그리고 대통령은 자신의 정부안에 '위대한 검찰총장'을 갖는 대통령이 되기 바란다.

/발행인 msch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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