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전쟁에서 미군이 생포해 억류한 탈레반 전사는 500명에 이른다.아프간 북부동맹군이 얼마나 많은 포로를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누구도 정확히 모른다.
마자르 이 샤리프 포로 수용소에서 수백명을 학살한 사건과 즉결 처형 사례가 보도되는가 하면, 병정놀이 때처럼 잠시 억류해 핍박하다가 '고향 앞으로' 보내는 모습도 목격됐다.
국제전과 내전, 전투와 테러범 수사가 뒤섞인 기묘한 전쟁인지라 포로 처리 문제도 갈피를 잡기 어렵다.
■이런 혼란 속에 국제적으로 이름을 드러낸 포로가 미국인 존 워커(20)다.
포로 수용소 학살 때 미군이 '구출'한 워커는 97년 이슬람교로 개종, 아프가니스탄에 가서 탈레반 전사가 됐다.
그는 당초 반역죄 여부가 논란됐다. 그러나 결국 미국 정부는 미국 시민 살해를 탈레반과 공모한 혐의로 버지니아 지방법원에 기소하기로 했다.
미 법무장관은 사형이 아닌 종신형을 구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 살인 공모죄로 다룬다는 얘기다.
■이와 대조되는 것이 쿠바 남쪽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로 이송한 알 카에다와 탈레반 전사 50 명이다.
미군은 이들을 수갑과 족쇄를 채우고 눈가리개 두건을 씌워 호송, 짐승 우리 같은 좁은 철창 독방에 넣었다.
수염도 모두 깎아 버렸다. 그리고 전쟁 포로 아닌 '불법 전투원'으로 규정, 군사법정에 세운다고 한다.
이 법정은 심판관이 죄상을 심사, 총살형을 선고할 수 있고 항소 기회는 없다. 정식 군법회의와 같은 제대로 된 사법 절차가 아니다.
■국제적십자사등은 포로 지위를 임의로 규정, 비인간적으로 처우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비판한다. 포로에 아랍계 국민이 낀 영국에서는 존 워커를 영국군이 붙잡아 이렇게 다루면 미국이 가만있겠냐며, 위스키에 빗대 '조니 워커 화이트'라고 인종 차별을 꼬집는다.
미국의 이런 무리수는 테러 응징 수단으로 타당성이 논란되는 전쟁을 형식적이나마 사법 절차로 마무리하려는 계산이다.
그러나 전쟁 목표 빈 라덴은 놓친 채 공범들만 법정에 세운 사법 처리를 둘러싼 적법성 시비는 마냥 이어 질 것으로 보인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