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치의 부리'다윈은 진화는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일어나기 때문에 눈으로 볼 수 없다고 믿었다. 화석을 통해서나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윈이 처음 진화론을 감지했던 남미 갈라파고스 군도에서 연구 중인 생물학자 피터와 로즈메리 그랜트 부부는 달리 말한다.
1973년부터 갈라파고스군도의 작은 섬 대프니 메이저에 머물고 있는 그랜트 부부는 진화는 매일 매순간 일어나고 있으며 눈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어제 본참새와 오늘 본 참새가 다르다는 것, 하루하루 매 순간이 새롭다는 사실은 얼마나 흥미진진한가.
‘핀치의 부리’는 그랜트 부부가대프니 메이저에서 참새 종류인 핀치를 관찰하면서 목격한 진화의 드라마를 전하는, 생명과 진화에 대한 생생한 현장보고서다.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스’의 기자 겸 편집자를 지낸 조너던 와이너가 썼다.
‘다윈 핀치’라고도 불리는 핀치는 갈라파고스 군도에서 발견되는 참새목 조류.
이곳 핀치들이 동족이면서도 먹이 종류에 따라 부리 모양이 다르다는 사실은 다윈이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론을 펼치는 근거가 됐다.
1995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출판상을 받은 이 책은 지금까지 야생에서 수행된 가장 집중적이고 가치있는 동물 연구 중 하나로 꼽히며 이미 생물학의 고전으로 자리잡았다. 진화의 기본 개념인 적응의 문제부터 번식과 성에 관련된 선택 과정 그리고 생물 다양성과 유전자 진화에 이르기까지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은 폭과 깊이에서 독보적이다.
어려운 과학 지식을 정확하게 전달하면서도 소설처럼 술술 읽히는 재미도 갖췄다.
지은이는 “우리 자신의 가지를 포함한 생명 나무의 가지치기, 이 모든 가지치기는 한낮의 별들처럼 비록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지금 어디에서나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왜 그토록 많은 종류의 동물이 있으며, 왜 우리가 그들과 함께 있는 것일까”라는 인류의 오래된 질문을 공유한 독자라면, 지금 바로 우리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화의 드라마를 유심히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유전자조작과 환경파괴 등 인간이 생태계에 개입해서 일으키는 모든 변화에 대한 책임감도 새삼 깨닫게될 것이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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