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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우상'의 진면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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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우상'의 진면목

입력
2002.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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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민간은행 대주주로 진출한 미국 최대 투자회사 칼라일그룹은 퇴직 고관들의 '사랑방'이다.조지 부시 전 대통령,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 리처드 서먼 전 예산국장 등 거물급 인사들이 고문 또는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그룹회장 프랭크 칼루치 역시 CIA부국장과 국방장관을 지낸 행정부출신이다.

조시 W 부시 현 대통령도 한때 계열사 임원을 지냈다 한다. 한국같으면 당장 정경유착의 도마에 올라 배겨내지 못할 이런 기업이 미국에선 승승장구하고 있다.

■미국의 이런 풍토는 역대 재무장관들의 면면에서도 드러난다.

클린턴 정권의 로버트 루빈은 골드먼삭스 회장, 레이건 정권의 도널드 리건은 메릴린치 회장 출신이며, 케네디와 존슨 대통령 시절의 더글러스 딜런은 투자은행 딜런리드 창업자의 아들이다.

현 재무장관 폴 오닐 역시 세계최대 알루미늄업체인 알코아 회장이었던 재계 출신이다. 이들은 재계에서 들어와 정권의 운명과 함께 다시 재계로 돌아간다.

■대통령 마저 재계의 우산에 들어가 있는 게 미국의 정치역학 구도다.

심지어 전통적 재벌가문들이 입맛에 맞는 대통령후보를 '스카우트'한다는 말까지 있다.

미국의 재벌가문이 음지에서 휘두르는 막강한 영향력과 천문학적 선거캠페인 비용을 감안하면 결코 터무니없는 말이 아니다.

대선 참모로 들어와 경제각료로 중용되는 인물들이 바로 그런 재계-정치의 끈이다.

일본의 어떤 경제평론가는 "미국은 사실상 재벌당이라는 하나의 당만 존재할 수 밖에 없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 재벌들은 공화 민주당을 가릴 것 없이 정-재계가 일심동체인 미국을 '우상'처럼 받들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직시해야 할 것이 있다. 정치 전방위에 자금을 뿌린 기업도 한계 수위를 넘으면 시장원리에 따라 가차없이 맥을 끊는다는 점이다.

오랜 자본주의 역사를 통해 도덕적ㆍ제도적으로 확립된 그런 '커트라인'이 있어 미국 경제가 지탱한다.

최근 파문이 일고 있는 엔론사의 파산과 정치연루사태는 미국 자본주의의 허구와 진면목을 동시에 보여준다.

송태권 논설위원

songt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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