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입 논술고사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수능점수 대폭락 탓인지 ‘예상 문제’ 수준의 평이한 논제가 많았지만, 지문 출전의 다양화나 채점 기준 강화 등 2003년 입시에 시사를 주는 변화도 적지 않았다.
■엇비슷한 논제와 시사문제
많은 대학에서 ‘9ㆍ11 테러’와 ‘보신탕 논쟁’등 지난해 사회적 ‘화두’였던 문화권 간 갈등의 원인및 해결 방법을 묻는 예견된 문제가 출제됐다.
이화여대는 인간과 동물에 대한 상반된 주장를 담은 지문을 내고 수험생의 견해를 물었고, 중앙대는 학업적성평가에서우리 문화에 대한 서양인들의 곡해 사례를 직접 지적하도록 했다.
성균관대, 한국외대, 부산대 등도 유사한 논제를 제시했다.
경희대가 개인정보 및 개인유전자 유출 문제를 내는 등 다른 사회적 이슈에 대한 출제 빈도 역시 높았지만, 시사와 큰 관계없는 윤리나 철학적 사고 등을 요구한 대학은 서강대 등 극소수에 그쳤다.
■인용 지문 변화
문제가 쉬웠던 대신 출제 방식에는 변화가 있었다. 지문 출처가 다양해졌고, 꼭 필요한 지문이면 다른 대학 논술에서 앞서 출제됐더라도 개의치 않는 등 길고 어렵거나 낯선 지문을 고르던 폐해에서 벗어났다는 평이다.
외대는 프랑스 신문과 잡지의 글을 인용했고, 한양대는 인터넷 게시판의 글까지 제시했다.
어려운 지문이라도 교과서에서 거론된 것이 많아 예전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일은 드물었다.
‘노동의 종말’,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 ‘오리엔탈리즘’ 등 현대 (국제)사회에 대한 최근 문제작들이 같은 논제를 제시한 2,3곳의 대학에서 출제되기도 했다.
이대 관계자는 “출제자까지 고전을 ‘고대(古代)의 명작’으로 오해해 제한된 글읽기를 조장하고 수험생 부담만 가중시켰다”면서 “논술은 사고력을 묻는 것이지 독서량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므로 지문 다양화는 계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의도적 점수차 벌리기
수능 소수점 미제공으로 동점자가 속출하면서 대부분의 대학이 논술 기본 점수를 낮추고 채점 기준을 강화해 논술 비중이 컸던 점도 특징이다.
고대는 채점 기준을 5개로 세분화해 기본 점수를 20점(100점 만점 기준)으로 크게 낮췄고, 연대는 소수점 이하 두 자리 이상까지 계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로학원 김용근(金湧根)평가실장은 “2003년 입시에도 수능 소수점 점수는 대학에 제공되지 않으므로 엄격한 채점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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