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in & out / 씁쓸한 TV의 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in & out / 씁쓸한 TV의 힘

입력
2002.01.17 00:00
0 0

TV의 힘을 실감할 만한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습니다.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가 11일 개봉해 무려 13만 명의 관객을 모았습니다. SBS 드라마 ‘피아노’의 주인공 조재현의 인기가 1등 공신입니다.

MBC 교양프로그램 ‘! 느낌표’의 한 코너인 ‘책을 읽읍시다’에서 소개한 ‘괭이부리말 아이들’(김중미 지음)과 ‘봉순이 언니’(공지영 지음)는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공동집계하는 판매 순위에서 1월 둘째주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습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오랜만에 많은 관객이 볼 수 있었다는 점에, 두 책 역시 가치가 있는 책이기에 반가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조금은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TV의 나라’ 미국 슈퍼마켓에는 ‘당신이 TV에서 본 바로 그 상품’ 식의 광고를 붙인 상품이 유독 많습니다.

불확실한 제품의 질을 ‘TV’의 힘을 빌어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지요. 약간 유치한 것 같아도 끊임없이 이런 광고 문구가 나오는 것을 보면 효과가 있나 봅니다.

식당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도변을 달리다 보면 ‘무슨 방송에 소개된 집’ ‘무슨 신문이 추천한 집’ 등을 적은 갖가지 선전 문구가 보입니다.

물론 저도 ‘속는 셈 치고’ 이런 집에 들어가 본 적이 있습니다.

제값을 인정받지 못했던 영화나 책이 뒤늦게라도 빛을 보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그러나 ‘피아노’에서의 바로 그 조재현을 보러 ‘나쁜 남자’를 보러 가는 것은 감독에 대한 이해의 폭을 조금씩 넓혀 ‘마침내’ 영화를 관람하러 가는 것보다는 분명히 작품에 대한 이해가 떨어질 것이 틀림없습니다.

‘TV에서 집중 소개된 바로 그 책’만을 보려 든다면, 아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또 다른 책을 읽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놓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주위에서 책을 많이 읽거나 영화를 많이 보는 친구나 동료, 인터넷의 독서 및 영화 리뷰, 다소 지루하지만 깊이 있는 비평에 한 번쯤 귀와 눈을 돌려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렇게 되면 TV의 ‘도움’ 없이도 보고싶은, 읽고 싶은 영화나 책이 더 많이 생길 것 같습니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