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고인쇄 문화의 진수인 고려 금속활자가 후세의 장인에 의해 630여년 만에 되살아났다.5년 전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ㆍ약칭직지) 하권(下卷)을 복원했던 금속활자장(匠) 오국진(吳國鎭ㆍ57ㆍ중요무형문화재 제101호ㆍ충북청주시수동)씨는 최근 상권의 활자복원까지 마무리지었다.
총 5,562자의 상권 활자는 하권(6,000여자)과 같이 직지가 발간된 고려시대 금속활자 제작술(밀랍주조법)로 재현됐다.
오씨는 “직지 상권은 금속활자본이 아닌 목판본만 남아 있어 복원 작업이 훨씬 어려웠다”고 말했다.
직지는 원래 상ㆍ하권으로 발간됐으나 프랑스 파리국립박물관에 보관된 하권(1377년인쇄)만 현존하는 최고의 금속활자본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상권은 목판본만 전해오고 있다.
때문에 그는 상권의 활자를 하권의 서체에서 본 떠 만들었다. 하권에도 없는 글자는 관련 고서적을 뒤지며 나름대로 추론해 활자를 새로 만드느라 마음고생이 여간 아니었다.
이 때문인지 지난해 초 중풍에 걸려쓰러지기도 했다.
오씨가 고려 금속활자 복원에 발벗고 나선 것은 직지가 간행된 곳이 고향청주라는 사실이 학계에서 확인된 1986년께.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이면서 70년이나 늦은 구텐베르그의 활자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직지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였다. 젊어서부터 고인쇄에 심취해 신라시대 목판본 불경과 조선초기 금속활자본을 닥치는대로 복원하며 쌓은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가장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되는 금속활자를 우리 조상들이 처음 발명했다는 자긍심을 새롭게 갖는 계기가됐으면 좋겠습니다”
오씨는 15년만에 완성한 직지의 금속활자와 인쇄본, 주조 과정을 담은 샘플 등을 청주고인쇄박물관과 고인쇄문화전수관에 전시할 계획이다.
청주 = 한덕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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