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사 경영진이 파산과정에서 내부자 거래로 이익을 취하고 불법행위의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장부를 파기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미 하원 상무위원회의 민주당 간사 존 딩얼의원은 14일 “엔론의 파산과정에 부실회계와 함께 내부자 거래가 개재된 의혹이 짙다”면서 “주식 처분에 따른 경영진의 이득에 조사의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케네스 레이 회장은 엔론 주식이 90달러가 넘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초부터 매일주식을 처분해 2,100만달러의 이득을 취했다. 엔론주식은 레이 회장이 매각을 중단한 7월께 절반인 45달러로 곤두박질쳤다.
이어 8월에는 엔론의 한 직원이 레이 회장에게 회사가 막대한 부채를 숨기고있으며, 분식 회계가 중단되지 않을 경우 큰 기업스캔들이 발발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편지를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하원 에너지 및 상무 위원회 빌리타우진 위원장은 이 같은 사실을 폭로하고 자료 공개를 요구했다.
상원 특별조사위원회 조지프 리버먼 위원장도 이날 “아더 앤더슨이 장부파기를 지시한 지 나흘만에 막대한 채무내용이 공개된 것으로 미루어 계획적인 범법행위가 자행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 금융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원 금융위원회도 다음달12일 청문회를 열고 엔론사 의혹에 대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이로써 엔론사 의혹에 나선 의회 상임위원회는 6개로 늘어났다.
워싱턴=윤승용 특파원
syyoon@hk.co.kr
■민주당 "확전 자제" 숨고르기
그동안 엔론사와 백악관 및 공화당의 정경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파상공세를 펴온 민주당에서 확전을 자제하고 숨을 고르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4일 엔론사에 대한 조사범위와 공세수위를 놓고 민주당 내부에서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스트는 상ㆍ하원에서 6개 상임위원회가 경쟁적으로 엔론사 의혹에 대한 조사에 나서자, ‘전시대통령’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무리하게 몰아치거나, 스캔들을 즐기는모습을 보일 경우 오히려 여론의 질타를 받을 것으로 우려하는 민주당 관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은행가 출신의 존 코진 상원의원은 “부시대통령과 엔론사 간의 유착관계를 파해치기 보다는 부시 정부의 각료와 참모들이 파산과정에서 엔론사의 직원들과 투자가들을 보호하는 데 소홀하지 않았는가에 조사를 집중하는 게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신중론은 현재까지 의혹만 제기됐을 뿐 부시 정부가 엔론사 구명을 벌이는 등 불법성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엔론사로부터 정치자금을 받는 등 엔론사의 정치헌금 가운데 27%를 민주당 인사들이 지원받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는 “엔론사는 민주당 집권 8년동안에 급성장했다”면서 “최악의 경우 공화당도 급성장한 배경을 놓고 민주당측에 적극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여권의 분위기를 전했다.
워싱턴=윤승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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