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연극은 편법 말고는 살길이 없을까.최근 한국연극협회(이사장 최종원)가 협회에서 직영하는 전국 유일의 연극 전용 바탕골 소극장(서울 대학로)을 불법 임차ㆍ임대한 관계자들을 징계한 것을 계기로 극단의 열악한 제작환경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수익모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탕골 소극장의 불법 임대는 다른 사설 극장의 비싼 대관료, 나아가 ‘잘해야본전’이라는 열악한 연극 제작환경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협회는 지난해 11월 3일~올해1월 6일 이 극장을 빌려 공연한 연극 ‘차이다’와 관련해 공연기획자인 조행덕 악어기획 대표, 제작자인 주종휘 극단 떼아뜨르 노리 대표 등 4명에 대해 ‘2~3년간 대관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대관수칙상 회원들에게 공평한 혜택이 돌아가도록 동일 작품의 대관기간을 최대 45일로 한정했는데도 제작자 명의를 주씨에서 조씨로 바꾸는 방식으로 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연극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관계자의 비도덕성과 함께 열악한 제작환경에서 찾고 있다.
우선 거론되는 것이 사설 극장의 비싼 대관료. 110석짜리 바탕골 소극장이 1일 25만원인 데 비해, 소극장 알과 핵(171석ㆍ종로구 동숭동) 40만 원, 유시어터(200석ㆍ강남구 청담동) 70만 원, 제일화재 세실극장(196석ㆍ중구정동) 80만 원 등 객석 규모를 고려하더라도 사설 극장 임대료는 매우 비싼 실정이다.
이러다 보니 값싼 바탕골 소극장을 ‘확보’하기위해 이런 일까지 벌어졌다는 얘기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관객층이 얇은데다 흥행성이 있으면서도 수준 높은 작품이 별로 없어 연극 공연 자체만으로는 거의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현실에 있다.
지난해 12월서울의 한 극장에서 보름 동안 공연한 중견 극단의 A공연의 경우(표 참조) 수입 9,200만원, 지출 9,170만 원으로 겨우 30만 원을 남겼다.
이나마 문예진흥기금과 서울시의 지원금 5,000만 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연극계에서는 이처럼 열악한 제작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극단과 극장의 공동기획을 통한 간접적 대관료 인하 ▲대학로를 문화지구로 지정함으로써 극장 건물에 대한 세제ㆍ금융 지원 ▲현재 연간 2억 원수준인 소극장 환경개선 지원금 대폭 확충 등을 꼽고 있다.
한 극단 연출자는 “많은 관객을 모을 수 있는 양질의 작품을 만들어 장기 공연하는 것이 물론 가장 이상적”이라며 “그러나 비싼 대관료와 제작비는 곧바로 낮은 인건비로 연결되고 이는 역량 있는 좋은 배우를 쓸 수 없게 만든다는 점에서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연기획사 문화아이콘의 정유란대표는 “연극 마니아층이 영화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작다는 것이 무엇보다 극단의 재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수익모델 창출을 위해서는 장기 공연할 수 있는 상업적 연극, 그리고 이를 제작할 수 있는 전문인력등이 확보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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