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여행의 목표는 ‘직접 보고 아는 것’이다.행선지에 따라 주제가 다양해질 수 있다. 그리고 주제가 명확해야 남는 것이 많다. 주제별로 다양한 답사여행지로 떠난다.
▼관동팔경 답사
많이 들었다. 그러나 정확하게 아는 이는 드물다.
관동팔경은 강릉 경포대, 양양 낙산사, 간성 청간정, 삼척죽서루, 울진 망양정, 평해 월송정, 통천 총석정, 고성 삼일포를 일컫는다.
총석정과 삼일포는 북녘땅이어서 우리는 6경만 감상할 수 있다. 7번국도를 따라 북으로 혹은 남으로 이동하면 쉽게 찾는다.
청간정(강원 고성군 토성면)은 설악산에서 흘러내린 청간천과 동해바다가 만나는 절벽 위에 있다.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조선의 명필 양사언과 문장가 정철의 글씨, 숙종의 어제시 등이 남아있다.
현판은 1953년 이승만전 대통령이 쓴 것이다. 고성군청 문화관광과 (033)680-3545
낙산사(강원 양양군 강현면) 신라 문무왕 11년(671년) 의상대사조사가 세운 절. 홍예문과 사천왕문, 칠층석탑, 법당인 원통보전 등 고찰의 향기가 그윽하다.
일출이 유명한 의상대, 남한 3대 기도도량인 홍련암 등도 명물이다. 경포대(강원 강릉시) 해수욕장은 잘 알지만 진짜 경포대에 오른 이는 드물다.
경포호 서쪽 언덕 위에 있다. 누각에 오르면 경포8경을 볼 수 있다. 많은 문인들의 기록처럼 특히 달과 잘 어울린다. 경포도립공원 관리사무소 (033)644-2800
강원 삼척시의 죽서루는 대나무밭 서쪽에 있다고 해서 이름이 지어졌다. 관동팔경의 제1루(樓)로 고려 충렬왕 원년(1275년)에 이승휴가 창건했다.
누에 올라 아래를 보면 아찔한 정도로 깊은 낭떠러지 밑으로 오십천의 물결이 그윽하게 흐른다. 관리사무소 (033)570-3670
망양정(경북 울진군 근남면)도 일출이 유명한 곳. 울진의 해안도로가 시작되는 언덕에 있다.
인근의 성류굴과 불영계곡도 들러봄 직하다. 망양정 남쪽 평해읍의 월송정은 노송에 둘러싸인 정자.
푸른 소나무와 바다를 배경으로 감상하는 일출이 일품이다. 울진군청 문화관광과(054)785-6393.
▼철원 안보답사
분단이 아니었으면 가장 각광받는 내륙 관광지가 되었을 곳이 바로 강원 철원이다.
바위 사이를 흐르는 한탄강을 중심으로 빼어난 풍광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원래의 절경보다 안보답사지로 이름이 높다.
경원선 종착역인 월정역 맞은편에 위치한 철의삼각전망대는 휴전선 비무장지대를 바라볼 수 있는 곳.
대형 고성능망원경 8대가 비치되어 있다. 북녘의 평강고원과 선전마을, 김일성고지, 피의 능선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철원읍 관전리에 있는 노동당사는 공산치하에서 지역 주민들의 강제모금과 노동력 동원으로 지어진 3층짜리 건물이다.
당시 반공활동을 하던 사람들이 이곳에 잡혀와 고문을 받았다고 한다. 훼손이 심해 내부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백마고지는 해발 359m에 불과한 얕은 능선. 그러나 6ㆍ25때 가장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던 곳이다. 주인이 24번이나 바뀐 끝에 결국 국군이 승리했다. 국군 9사단은 이 승리를 계기로 백마사단이라 명명됐다.
당시 장병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철원읍 산명리에 전적비를 세웠다. 제2땅굴은 한 국군 초병이 땅속에서 울리는 폭음을 듣고 발견한 것.
서울에서 불과 108㎞ 지점이다. 군사분계선 남쪽으로 1.1㎞까지 판 곳도 있다. 한 시간에 약 3만명의 병력과 야포 등의 대규모 침투가 가능하도록 특수 설계돼 있다.
철의삼각전적지 관리사무소(033-455-3129)에 신청하면 모두 돌아볼 수있다.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하루 네 차례 답사를 실시한다.
안보답사지 사이사이에 있는 절경을 빼놓을 수 없다. 그 중심은 한탄강이다.
한탄강에서도 직탕폭포와 고석정, 순담계곡이 연이어 펼쳐지는 곳이 핵심이다. 직탕폭포는 한국의 나이아가라로 불린다.
생성의 원리와 모양이 닮았다. 임꺽정의 활동무대였던 고석정은 높이 20여m의 절묘하게 생긴 바위이다.
한탄강이 감돌아 흐른다. 도피안사도 운치를 느낄 수 있는 고찰. 국보 제63호인 철조비로사나불좌상과 보물 제223호인 3층 석탑이 보존되어 있다.
전에는 민간인 출입통제 구역이었으나 현재는 자유로이 출입할 수 있다.
▼경북 유ㆍ불교문화답사
안동, 영주, 예천 지역은 우리 유교와 불교 문화가 여전히 큰 숨을 쉬는 곳.
중앙고속도로의 완전 개통으로 더욱 가까운 답사지가 됐다. 병산서원, 하회마을, 소수서원 등 옛집은 물론 부석사, 청량사 등 기품있는 고찰이 많다.
영국 엘리자베스여왕의 방문으로 유명해진 하회마을(안동시 풍천면ㆍ054-854-3669)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곳.
풍산 류씨의 부락으로 서애 유성룡을 비롯해 수많은 인물을 배출한 마을이다.
큰 기와집은 물론 초가들도 제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다. 하회마을에서 약 6㎞ 떨어져 있는 병산서원은 서원건축의 전형을 보여주는 곳.
주변 경관과 조화를 잘 이루는 것으로 유명하다. 소수서원(영주시 순흥면ㆍ634-3310)은 조선 중종 37년(1542년) 풍기군수 주세붕이 기초한 서원.
8년 뒤 군수로 부임한 퇴계 이황이 소수서원이라는 지금의 이름을 명종으로부터 받았다. 단아한 선비의 기품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서원이다.
빼놓으면 안될 곳이 부석사(633-3464)이다. 신라 문무왕 16년(676년)의상대사가 창건한 영남의 으뜸 사찰이다.
무량수전 뒤에 큰 바위가 있는데 아래와 위가 붙지 않아 ‘뜬 돌’이라부른 데서 절 이름이 유래했다.
국보 제18호인 무량수전을 비롯해 국보와 보물이 밀집해 있다. 무량수전에서 바라보는 영남정맥의 산세가 아름답다.
원효대사가 지은 청량사(672-1446)도 기품과 경관이 으뜸인 절. 바위봉우리 청량산을 병풍처럼 뒤로 하고 고즈넉하게 자리잡고 있다.
고려 공민왕이 직접 현판을 쓴 유리보전 등이 있다.
경북 지역은 답사할 곳이 너무 많다. 꼼꼼하게 계획을 짜지 않으면 후회하기 십상이다.
이 지역 여행 전문 안내 사이트인 경북나드리(www.gbtour.net)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글 권오현기자koh@hk.co.kr
■답사여행의 ABC
'아는만큼 보인다.'답사여행의 금언이다.답사여행은 어찌보면 배우러 가는 것이 아니라 배운 것을 확인하러 가는 길이다.치밀한 준비가 필수라는 이야기다.교통과 숙박,먹거리 등에 대한 일반적인 여행 정보 외에 답사지의 모든 것을 미리 숙지한다.관련서적도 좋지만 이제는 인터넷이 친절한 안내자가 되어준다.아이들에게 행선지를 미리 메모해 주고 해당지의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찾게 하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된다.
한국관광공사(www.knto.or.kr)에서 기본적인 정보를 얻었다면 각 지자체(시·군청)의 홈페이지를 들어가 더욱 구체적인 내용을 구한다.군단위까지 모든 지자체가 여행정보만을 다루는 별도의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 답사여행의 필수품은 수첩이 아니라 각종 자료모음철이다.현지에서 안내판에 써있는 것을 열심히 적는 시대는 지났다.미리 준비한 자료를 보며 확인해보고 사실과 틀린 부분만 수정하면 된다.물론 많이 준비할수록 눈에 들어오는 것이 많다.정보만으로는 부족하다.현장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요하다.규모가 크고 유명한 답사지에서는 자체적으로 답사객을 위한 현장 설명회를 연다.설명회 여부와 시간을 미리 체크하면 좋다.
특히 아이들과 동행했다면 현지의 전통 먹거리로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귀한 시간을 냈는데 아이들이 원한다고 햄버거를 먹는다는 것은 너무 슬프다.아이들이 얼굴을 찡그리더라도 그곳의 가장 향토적인 음식을 권해본다.여행의 추억은 머리와 가슴에만 남는 것이 아니다.입에도 진하게 남는다.
다녀온 후의 정리도 필수.눈으로만 본 것은 세월이 지나면 기억에서 흐려지는 법.적절한 형식으로 답사의 결과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둔다.아이들에게 기행문을 쓰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요즘은 기행문과 현장에서 찍은 사진 등을 이용해 가족여행신문을 만드는 가정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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