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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www.세상읽기] (144)대통령 몰아붙이기

입력
2002.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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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미 대통령이 미식축구 TV중계를 보며 과자를 먹다 질식해, 잠시 기절했었다는 기사는 많은 사람을 웃게 만들었다.연두기자회견 후에도 회견이전과 마찬가지로 우울하였을 우리의 김 대통령도 부시의 과자소동에는 미소 짓지 않았을까 싶다.

부시는 축구경기를 보며 리본모양에 소금을 뿌려 구운, 짭짤한 과자 프레첼을 정신없이 먹은 것 같다.

애칭 '더브야(Dubya)'로 부르며 그를 희화화 한, 그리하여 미국인들이 즐기는 많은 인터넷사이트가 생각난다.

"누구라도 자신이 직무를 수행하기에 총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부시가 있다"는 식의 말이 가득한 야유사이트(www.columbiacentral.com), "숫자가 많은 것을 보니 이건 예산안이네!"라는 식의 부시어록을 모은 사이트(www.dubyareport.com)(www.dubyaspeak.com)가 생각난다.

김 대통령은 과자소동의 부시를 부러워하지 않았을까 싶다.

부시는 다음날 "어머니가 프레첼을 먹을 때는 잘 씹어 먹으라고 했다. 그러니 어머니 말씀을 항상 잘 들어야 한다"고 농담하는 여유를 보이고 미 언론은 그 사실을 재미있게 보도했다.

'인간적인 부시'가 돋보였을 터이다. 그런데 연두기자회견 후, 우리 언론은 김 대통령의 모습, 태도, 어조를 "얼굴엄청 상했다" "자신 없는 낮은 목소리" "작년에는 선전포고, 올해는 의기소침"으로 표현했다.

대통령 봐주기 표현이 결코 아니다. 김 대통령이 차이를 느끼지 않았을 리 없다.

김 대통령은 언론의 현실인식부족 운운의 비판에는 승복했을지 몰라도 "나머지 1년이 우려된다"고 전망한 기사에서는 악의를 감지했을지 모를 일이다.

악의를 감지했더라도 김 대통령이 대응할 말이 그리 많지 않아 보이기는 한다.

기업(가)의 탐욕과 정치가의 비리가 얽힌 게이트가 한국과 미국 사회, 대통령까지 흔들고 있지만 한국의 게이트가 그 출생부터 전개양상이 훨씬 어둡기 때문이다.

윤태식게이트와 미국의 엔론게이트를 보자. 하나는 살인범의 기업 만들어 키우기를 국정원은 돕고 그 기업가가 살인범인지조차 청와대는 몰랐으며 음성적인 정치헌금이 의심되는 사건이다.

다른 하나는 15년 된 에너지기업이 표면적이라도 합법적인 정치헌금을 한 후 파산한 사건이다.

일부 미 언론이 엔론게이트의 본질은 주식시장을 교란하고 회계를 조작한 전문가집단의 게이트라고 주장하며 부시를 편드는 일이 가능한 것은 이 때문이다.

언론은 어느 의미에서 추문을 퍼뜨리는 자(scandalmonger)이다.

추문을 들추는 비리보도는 정치도 정화시키고 독자도 얻는다. 그러나 비리보도 연장선에서 대통령을 너무 몰아붙이기만 한다면 말 뱉는 시원함은 얻지만 대통령힘의 누수, 공직자들의 새로운 줄서기, 공기 빠진 풍선 같은 사회분위기가 우리를 기다리게 된다.

박금자 편집위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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