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주먹구구식 대출 관행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은행들은 개인신용대출평가시스템(CSS)을 비롯한 선진 시스템을 도입해 합리적인 대출제도를 갖췄다고 홍보하고 있으나 15일 본사가 입수한 한 은행 내부 보고서는 허술한 은행 대출 시스템으로 손실이 누적되는 시중 은행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있다.
시중 A은행의 ‘여신손실책임보고서(LIRR)검토 결과 손실 발생 사례’내부 자료는 ▦외형적 지표 위주의 기업분석 ▦단기 업적 위주 평가에 따른 무분별한 신규 확대 ▦부실여신을 정상화하기위한 무리한 추가여신 등 30여개 유형별 부실여신 사례를 적나라하게 지적하고 있다.
■개인 대출
소규모 자영업자로 정기적인 소득이 없는 B씨의 신용 한도는 ‘산출 불가’.은행측은 그러나 지난 해 4월 주요 거래처의 소개를 받았다는 이유로 1,000만원의 신용대출을 실시해 대출이자를 단 1번도 받지 못했다.
신용불량자에게‘플래티늄 카드’가 발급되기도 했다. 은행측은 2000년7월 100만원 이상 연체가 3차례나 있고 신용불량 기록이 있는 C씨에게 초우량 고객에게만 발급되는 플래티늄 카드를 발급, 거액의 신용카드 부실을 초래했다.
담보나 신원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도 허다했다. 2000년6월 차주 D씨가 구청 세무과에서 퇴직한 사실을 모른 채 1억5,000만원의 신용 대출을 제공했고, 차주E씨의 사망 사실을 알지 못하고 두차례에 걸쳐 대출을 연장해 준 사례도 있었다.
또 대출의 담보로 맡은 주식의 대용가가 당초 3,700여만원에서 1,970만원까지 떨어졌지만 담보 보강이나 여신회수 조치 없이 대출을 연정해주기도 했다.
■기업 대출
무역금융의 일종으로 수입화물대로도표현되는 T/R론의 운영기간은 통상 6개월 이내. 하지만 이미 취급한 T/R론이 1년이 넘는 등 회수 여부가 불투명한데도 은행측은 다른 채권보전책 없이 5만달러를 증액해주고 운영자금도 신규로 5만달러를 지원했다.
주의거래처로 등록된 기업의 경우 대출이 취급되기 위해서는내부 규정상 여신팀 심사를 거쳐야 하지만 해당 지점 대리 전결로 기존 대출을 연장해줘 거액의 부실을 초래한 경우도 있었다.
또 설립한 지 7개월밖에 안되는 기업에 두차례에 걸쳐 4,000만원의 신용대출을 실시, 3개월만에 부도 처리되기도 했다.
집단대출이 거부된 사안을 영업점장이개별적으로 전결 취급했다 낭패를 본 경우도 있었다. 2000년6월 신축 상가 입주자 명의의 50억원 상당의 집단대출이 본점에서 거절되자 한 지점장이본인 전결로 개별 여신으로 취급해 총 98건에 11억여원의 대출을 해줘 상당액이 회수 불가능 상태가 됐다.
이영태기자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