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시간을 내 찾아갈만한 지방 전시회가 잇따르고 있다.겨울철 비수기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서울 인사동과 강남의 일부 화랑과는 대조적으로 지방에서는 눈길을 끌 만한 전시회가 풍성하다.
유명작가 초대전은 물론 서울에서도 보기힘든 대규모 기획전, 지역 주민과 함께 호흡하는 야외설치전 등 10여 개 전시회가 미술애호가를 부르고 있다.
2월 10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일본현대미술전-형태를 찾아서’는 참여작가의 역량이나수 면에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제6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금사자상을 수상한 사진작가 미야모토 류지(55) 등 신진ㆍ중견작가 11명을 통해 일본 현대미술의 흐름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사진 유화 아크릴화 수묵화 등 전시작 대부분이 입체나 영상보다는 평면작업인 점이 특징이다.
대전 한림미술관이 17일~2월28일 여는 ‘예술가와 컬렉터의 만남-배운성과 전창곤’전은 컬렉터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려는 전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배운성(1900~1978)은 유럽에서 미술을 배운 최초의 유학생이자 평양미대교수까지 지낸 월북 작가. 컬렉터 전창곤(44ㆍ경기대 서양어문학부 강사)씨는 한국에서는 거의 잊혀졌던 이 작가의 작품 40여 점을 1990년대말 파리 유학 시절 틈틈이 구입해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
‘2002 바깥미술-대성리전’(19~27일)은 경기 가평군 외서면 대성리 북한강변에서 펼쳐지는 야외설치전.
설치작가들의 모임인 바깥미술회가 제도권의 울타리를 벗어나 81년부터 전국 각지를 돌며 자연의 품 안에서 펼치는 이색 전시회다.
김광우 이호상 조윤성씨 등 32명이 생명의 의미를 묻는 설치작품과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열림굿(19일), 작가토론회(26일ㆍ이상 오후3시) 등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행사도 마련한다.
이밖에 울산 현대예술관 갤러리에서는 2월 8일까지 한국화가 송수련씨와 미니멀리즘 계열의 김봉태씨 초대전이 동시에 열리고, 광주시립미술관에서는 한ㆍ일 작가들의 다양한 설치ㆍ영상 작품을 선보이는 ‘도시의 정적’전(2월 15일까지)이 열린다.
‘허황’전(25일~2월 15일ㆍ부산 갤러리 포), ‘하종현’전(20일까지 부산 코리아 아트 컴퍼니) 등은 유명작가 초대전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허 황 부산시립미술관장은 “지방에서 열리는 큰 전시는 지역 주민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면서 “순수미술이 지방에서 많은 관람객을 불러모으기 위해서는 패션ㆍ건축ㆍ사운드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함으로써 대중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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